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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취임 6개월을 앞두고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다. 어둡고 혼란스러웠던 긴 터널을 빠져나온 뒤 새 출발을 위해서다. 불행히도 ‘잃어버린 6개월’이라는 평가가 더 많은 터이다. 그만큼 시련의 연속이었다. 초기부터 국정난맥상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지지율은 한때 10% 중반대로 곤두박질쳤다. ‘강남 땅부자 내각’, ‘고소영 인사’의 인사파동에 이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이 결정타를 날렸다. 이 대통령은 수차례 국민 앞에 고개를 조아려야했다.

‘국민눈높이 맞추기’,‘소통의 리더십’ 천명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해 가까스로 면죄부를 받았다. 과거를 털어버리려는 듯 8·15를 계기로 미래에 초점을 맞췄다. “6개월이 몇년이 흐른 것 같다”는 소회처럼 집권 초반의 뼈아픈 교훈을 새 출발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자신감을 회복한 이 대통령은 “주눅들지 않고, 국가를 위해 필요한 개혁을 당당하게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곧추세우고 있다. 개혁의 동력도 끌어올리며 ‘MB다움’의 회복을 시도 중이나 눈앞에 아직도 난관은 산적해 있다.

◆환골탈태 선언 불구, 난관 수두룩 = 그동안 정치, 경제, 외교·통일, 사회 분야에서 굵직한 개혁정책들은 타이밍을 놓쳤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2일 “그동안 국정과제에 속도를 낼 수 없었던 아쉬움이 크다. 쇠고기 파동에서 잃은 게 상당히 많았다”고 회고했다. 민심 외면과 함께 경제살리기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게 지지율 하락의 최대 이유로 꼽힌다.

때문에 남은 국정운영의 최대 강조지점도 이에 맞춰져 있다. 부동산 및 세제정책, 생활공감대책, 저탄소 녹색성장을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 규제완화및 법령 정비 등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6개월간 어려움 속에서도 국정운영의 기반은 만들었고, 이제 본격적으로 개혁 과제를 비롯해 새 정부 국가비전을 추진할 채비를 끝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국회 입법과정에서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데 “언제든 야당과도 만나겠다”고 했던 이 대통령의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각종 개혁과제에 대해 야당 및 이해집단이 반발하는 가운데 정책이 표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식 소통 및 인사난맥상 되풀이 우려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경제·사회 정책이 보수층, 부유층 혜택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또다시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국정운영 주도권 장악이나 지지율 회복을 위한 성급한 마음에 강공 일변도의 드라이브를 걸거나 국정방향·방법론이 한쪽에 편중된 ‘편식 소통’에 그칠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법과 원칙을 부쩍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인식에서 ‘사정정국’ 기류가 감지되는 가운데 야당의 반발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그동안 일방통행식 ‘최고경영자(CEO)형 리더십’에서 ‘섬기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꾀하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과 관련해 균형잡힌 ‘통합 리더십’이 같은 비중으로 강조돼야할 때라는 지적이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국민을 충분히 설득해가며 개혁의제를 일관성있게 밀고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진보와 보수단체간에는 노선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며 불신의 벽이 높아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이 대통령의 가장 취약점중 하나로 지적되는 인사난맥상 재발방지를 위한 인식전환도 절실한 것으로 지적된다. 인사파동은 6개월간 혼란의 주범중 하나였다. 1기 청와대 참모진을 경질한 뒤 얼마되지 않아 대사 기용 등 시의부적절한 재등용에 대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일었던 김인규 전 KBS이사의 사장 추진과 관련해 여론의 반대를 감안해 밀어붙이기를 하지 않은 사례는 여론을 중시하는 인사스타일의 변화를 예고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