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성큼 다가온 6월,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영화들을 상영하는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영화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우선 1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낙원동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되는 제2회 대만영화제는 허우샤오셴(候孝賢)과 에드워드 양(楊德昌), 차이밍량(蔡明亮) 감독의 작품 등으로 대표되는 대만의 ‘뉴웨이브 영화’와 그들을 이은 후배 감독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특히 지난해 유명을 달리한 에드워드 양 감독의 초기작 ‘청매죽마’를 비롯해 ‘공포분자’ ‘하나 그리고 둘’ 등을 만날 수 있다. 허우샤오셴의 ‘동동의 여름방학’ ‘비정성시’ ‘쓰리 타임즈’,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 등도 상영된다.

‘색, 계’의 리안(李安) 감독이 만든 ‘결혼 피로연’ ‘음식남녀’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볼 수 있으며 ‘마지막 농사꾼’(옌란추안·주앙이쳉), ‘비바 토날:댄스의 시대’(궈전디·젠웨이쓰), ‘점프 보이즈’(린유셴) 등 최근 해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젊은 감독의 영화들도 소개된다. 26일부터는 부산 해운대의 시네마테크 부산으로 옮겨 다음 달 13일까지 행사를 계속한다. www.cinematheque.seoul.kr, 02-741-9782

1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홍대 앞 KT&G 시네마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올 어바웃 존 카메론 미첼’ 행사도 눈길을 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만들어 온 그의 작품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헤드윅’과 ‘숏버스’를 비롯해 그가 갖고 있던 미공개 오디션 영상, 뮤직비디오 연출작까지 만날 수 있다.

특히 미첼 감독은 이번 행사기간 중 방한할 예정이다. 1989년에 자신이 출연한 작품인 ‘미스플레이스트’를 관객과 함께 감상할 예정이며 16일 오후 8시엔 ‘헤드윅’을 재해석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 ‘보드카 레인’과 함께 무대에도 오른다. www.sangsangmadang.com, 02-330-6200

한국영화 관련 행사론 한국영상자료원이 주최하는 ‘김기영 10주기 전작전’을 추천한다. 김기영(1919∼1998) 감독은 충격적이고 기괴한 이야기와 영상, 독특한 감수성과 뛰어난 심리 묘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상암동의 영상자료원 내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리는 이번 전작전은 김 감독의 작품을 필름으로 모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지난달 폐막한 칸영화제에서 디지털 복원판으로 선보여 호응을 얻었던 1960년작 ‘하녀’가 개막작으로 소개되며 영상자료원 측이 필름으로 갖고 있는 영화 23편과 다큐멘터리 2편을 포함해 25편이 상영된다. ‘화녀’ ‘충녀’ ‘육식동물’ ‘현해탄은 알고 있다’ ‘육체의 약속’ 등 김 감독이 만든 작품은 물론 후배 감독들이 김 감독을 추모하며 만든 다큐멘터리 ‘감독들, 김기영을 말하다’도 눈길을 끈다.

‘느미’ ‘자유처녀’ 등은 복원판이 새롭게 선보이며, 김 감독의 유작인 ‘죽어도 좋은 경험’은 정식 개봉한 적이 없는 작품이어서 이번이 최초 공개되는 자리가 된다. 21일엔 김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던 박정자, 윤여정, 이화시 등 여배우들이 좌담회를 연다. 모든 행사는 무료로 진행된다. www.koreafilm.or.kr, 02-3153-2047~8

강연곤기자 ky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