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5일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절개지에서 어미를 잃은 수리부엉이 새끼 세 마리가 생태사진가인 도연스님이 던져주는 닭고기를 먹으며 어미새를 기다리고 있다. 파주 = 곽성호기자

‘부모 잃은 수리부엉이 3형제를 도와주세요.’

문화일보 2005년 5월4일자에 첫 보도된 경기 파주의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323호) 가족이 위기에 처했다. 이 수리부엉이들은 3년 동안 6마리의 자손을 분가시키고 올해도 3마리의 새끼를 낳아 지난달 부화시켰다. 그러나 지난 6일 암컷이 독극물을 먹고 위장출혈로 숨졌고, 짝 잃은 수컷도 11일째 행방이 묘연하다.

수리부엉이는 암컷과 수컷의 역할이 철저히 나누어져 있다. 수컷은 먹이를 잡아오고, 암컷은 이를 잘게 잘라 새끼들에게 먹인다. 암컷이 없으면 수컷은 새끼들이 아무리 울어도 먹이를 줄 줄 모른다. 수컷이 있어 먹이를 갔다놔도 살기가 어려운데 그나마 없으니 이들 새끼 수리부엉이 3형제의 목숨이 경각에 달한 것이다. 새끼들은 11m 높이의 절개지 바위틈 속 둥지에서 가녀린 목소리로 어미를 찾으며 추위와 배고픔과 싸우는 중이다.

13일 주민들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들은 도연스님은 문화재전문위원인 노영대 한국자연정보원 원장과 함께 수리부엉이 형제 살리기에 두 팔을 걷었다. 도연스님은 자신의 거처인 경기 포천시 도연암을 떠나 둥지 아래 텐트를 쳐놓고 수리부엉이 형제들에게 먹이를 주고, 침입자들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등 부모역할을 대신하고 나섰다.도연스님은 인근 편의점에서 구입한 생닭조각을 절개지 아래서 던져 먹이를 공급했으나, 11m 높이의 둥지까지 도달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이에 따라 15일 낮 신고를 받고 출동한 파주 소방서대원들이 고가 사다리를 동원해 1차 먹이를 공급, 위기를 넘겼다. 파주 소방서는 수리부엉이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때까지 이틀에 한 번씩 먹이공급을 대행해 주기로 했다.

수리부엉이가 둥지를 떠나 독립하려면 앞으로 약 4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도연스님은 이들이 독립할 때까지 곁에서 보호할 예정이지만 쉽지 않은 관문이 많이 남아있다. 도연스님은 “하루에 새끼 한 마리당 닭 1마리를 먹어치우는 데 드는 비용도 문제지만 이들에게 어떻게 비행술과 사냥술을 학습시킬 것인가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파주 = 김연수기자 nyski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2005년 5월4일 문화일보에 보도된 수리부엉이 암컷과 새끼의 행복한 시절.

이미지 크게보기파주 = 곽성호기자 15일 경기 파주시 파주소방서 대원들이 탄현면 법흥리 절개지에서 번식 중이던 어미 잃은 수리부엉이 새끼 세 마리를 위해 대꼬챙이에 닭을 꽂아 둥지 안에 넣어주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밤새 새끼를 돌보고 있는 도연스님(왼쪽)과 노영대 문화재전문위원. 파주 = 김연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