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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위계승 서열 3위인 해리 왕자(23)가 아프가니스탄 교전지역에서 군복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국방부는 28일 “해리 왕자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10주째 영국군 기지가 있는 아프간 남부 헬만드 지역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헬만드주(州)는 영국군 7800여명 대부분이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탈레반 반군이 절반 이상을 장악해 영국군과의 교전이 치열한 지역으로 알려졌다. 나치제복 착용 등으로 자주 구설수에 휘말렸던 해리 왕자는 28일 CNN 이 방송한 인터뷰에서 “군인으로서 국가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일을 할 뿐”이라고 의젓한 자세를 나타냈다. 해리 왕자의 교전지역 복무는 전세계 언론들로부터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 사례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해리 왕자의 아프간 군복무 사실이 알려진 것은 당초 영국 국방부와 언론들이 맺었던 약속이 깨졌기 때문. 지난해 말 국방부와 언론은 그가 예정된 복무기간(4~6개월)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보도를 유예하기로 합의했었다. 이같은 약속은 “해리 왕자의 군복무 지역이 알려질 경우 본인은 물론 동료들이 탈레반 반군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8일 오스트리아, 독일 및 미국 드러지 리포트에 이 사실이 공개되면서 영국은 물론 전세계 언론들이 일제히 이를 보도했다.

해리 왕자는 인터뷰에서 “수천명의 영국군인들과 똑같은 군복을 입고 생활하고 있다”며 “다른 사람들과 같다는 최고의 기회를 얻었으며, 그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는 해리 왕자의 군복무 생활과 관련, “아주 모범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든 브라운 총리도 “모든 영국인들은 해리 왕자의 군생활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그와 모든 영국군인들의 희생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영국 왕실은 오랜 군 복무 전통을 갖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는 공주시절인 2차세계대전 당시 운전병으로 복무했으며, 찰스왕세자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는 헬기 조종사로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했다. 해리왕자의 어머니인 고 다이애나비는 1997년 아프리카 앙골라 지뢰밭에 직접 걸어들어가 지뢰피해의 심각성을 전세계에 알렸다.

김교만기자 baikal2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