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D램 시장에서 해외 업체로서는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해온 일본 엘피다가 마침내 ‘체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주목된다.

지난 1년간의 D램 가격 폭락 속에서 국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제외하면 해외 업체로서는 엘피다만이 흑자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10~12월) 들어 D램 가격이 2001년 가격 대폭락 사태 이후 처음으로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엘피다와 하이닉스마저 흑자 대열에서 밀려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D램 선두 진영 가운데 1위인 삼성전자 만이 흑자를 유지하면서 D램을 생산하고 있다는 뜻이어서 D램 업계의 버티기 국면이 이제 중대한 전환점에 이른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후발 업체들은 지난해 1분기(1~3월)를 시작으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2007년 4분기 실적 공개를 앞둔 엘피다가 이 기간 동안 103억엔(한화 920여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했다. 메릴린치는 엘피다의 적자 폭이 올 1분기엔 234억엔(2090여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 봤다. 이 같은 메릴린치의 예상은 엘피다가 지난해 4분기 흑자를 냈을 것이라는 당초 시장 전망을 뒤집는 것이다. 일본 유일의 D램 업체인 엘피다는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이 덜한 모바일 D램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자사의 기술력과 대만의 생산능력을 결합하는 제휴 전략을 펼쳐 가격 폭락 속에서도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과 나란히 흑자를 기록해 왔다. 그러나 더 이상 D램 값 폭락을 견디지 못한 채 맷집의 한계를 노출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4분기 실적 공개를 앞두고 있는 하이닉스 역시 D램 값 폭락을 버티지 못한 채 지난해 4분기 2000억~3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관련업계와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이미 실적을 공개한 대만 난야는 이 기간 동안 1억7500만달러(1660여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며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해 11월 마감한 분기 실적에서 2억6000만달러(2470여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이 덜 한 낸드 플래시메모리 사업에 힘입어 반도체부문에서 영업이익 43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맷집을 과시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역시 D램을 팔아 거의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분석돼 D램 업계의 버티기 경쟁도 이제 한계점에 이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