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한국인을 석방하기 위한 아프간 정부와 납치세력간 접촉이 27일 오후 재개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인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아프간 수도 카불에 도착, 28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져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특히 탈레반 측은 새로 구성된 정부 협상단에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협상을 통해 조만간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이번 피랍사태는 곧 중대 고비를 맞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피랍자 22명은 탈레반의 최후통첩 시한이었던 이날 오후 4시30분(현지시간 정오) 이후에도 모두 무사하며 탈레반의 감시도 일부 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측은 이날 한때 전화기를 꺼놓은 채 내부합의 도출을 위한 자체 회의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측은 ▲수감 동료들과 인질 교환 ▲여성 인질 석방 ▲금전 요구 등을 놓고 내부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금명간 정리된 요구사항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아프간 관리들도 향후 협상 추이를 낙관하는 전망을 내놨다. 인질들이 억류돼 있는 가즈니주(州) 알리 샤 아마드자이 경찰서장은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낙관한다”며 유사 사건을 다루는 법규를 어기지 않으면서 인질을 석방하는 방안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고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의 대변인인 시린 망갈은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현지 통신사인 AIP와의 전화통화에서 “아프간 정부 협상단에 새로운 멤버가 포함됐고 특히 오늘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정부측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며 문제가 조만간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연합뉴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한 새로운 시한 설정은 없지만 협상이 중단되는 순간 다시 시한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협상 타결 전 여성인질을 먼저 풀어줄 의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배형규목사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선 “아팠기 때문이지 그의 (종교적 문제나 인질의 리더와 같은) 지위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피랍자들은 탈레반으로부터 음식 등은 정상적으로 제공받고 있지만 극도의 긴장상태가 길어지면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디는 AP통신에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가 제공하는 음식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인질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아프간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 인질들 가운데 일부 여성이 지금까지의 억류 장소에서 벗어나 탈레반 무장요원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현지 주민의 집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하면서 이를 인질감시가 완화되는 징후로 풀이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