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에 납치, 사망한 고 배형규 목사의 부인 김희연(36)씨는 27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마련된 피랍가족대책위 사무실에서 피랍자의 석방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김씨는 호소문에서 “고통스러운 지난 일주일을 보내며 살아 돌아오길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이 얼마나 힘든 고통인지 느꼈다”며 “이 고통이 더 큰 슬픔으로 깊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 “이번 사태의 희생자는 제 남편 한 사람으로 족하다”며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린 김씨는 “하늘에 있는 남편도 남아 있는 피랍자들이 하루 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원하고 있을 것”이라며 “피랍자들의 석방과 무사귀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은 물론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협력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을 이었다.

김씨는 호소문 발표 뒤 이어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아홉살난 딸에겐 아빠가 가장 큰 선물을 받고 하늘나라로 갔다고 설명했다”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후 그녀는 말문을 잇지 못한 채 한동안 흐느껴 울었다.

배 목사의 형 신규(45)씨도 “비록 제가 형이지만 집안 일이 있을 때마다 동생에게 물어보고 결정할 만큼 생각이 깊었다”며 “저뿐 아니라 모든 가족이 의지하고 아끼던 동생이었다”고 울먹였다.

배씨는 “마음이 너무 아파 견디기 힘들었지만 살아 있는 사람을 기다리는 가족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호소문을 발표하게 됐다”며 “현재 정부에서 애를 많이 쓰고 있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도 결과가 많이 진행되는 것 같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배 목사의 분향소는 28일 오전 분당 서울대병원에 차려질 예정이고 시신이 도착하는 대로 3일장을 치를 계획이다.

한편 26일 미국 CBS 방송을 통해 육성이 공개된 임현주(여·32)씨의 오빠인 임철(34)씨는 27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우선 여동생의 목소리를 듣고 살아있다는 것이 확인돼 큰 안도감을 느꼈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침착해 보여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은 현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고 힘든 상황 속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며 “동생이 인솔자로서 피랍자들을 잘 돌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임씨는 또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봉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던 동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조만간 꼭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프간을 돕고 사랑하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간 사람들을 (탈레반이) 빨리 석방해 주길 바란다”며 “현재는 정부의 협상에 전적으로 신뢰를 보내고 있으며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제 사회도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윤석만·성남 = 김병채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