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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같은 정성도 한데 모으면 때론 태산 같은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하루 100원씩 모아 좋은 일을 하자는 취지의 모임 ‘100원회’를 창립해 9년째 회장을 맡고 있는 김희만(58·광주서구청 경제과장)씨가 예찬하는 ‘동전의 미학’이다.

“얼마전 ‘500원짜리 동전으로 과자 사먹기도 어렵다’는 신문 기사를 봤습니다. 500원짜리 화폐 가치가 그러할진대, 100원짜리는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런데 100원짜리 동전을 여러 사람이 꾸준히 모으니 비록 소규모지만 장학사업이 가능하더라고요.”

100원회는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체제에 들어선 직후인 1999년 4월 결성됐다. 당시 생계형 절도가 기승을 부렸고, 부모들의 가출로 소년소녀가장이 양산되던 상황이었다.

“가난한 홀어머니가 아들에게 먹일 쇠고기를 훔치려다 구속됐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런 이웃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나와 괴로웠습니다. 우연히 서랍 안에 버려져 있던 동전들을 보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창립 당시 10여명이던 100원회 회원은 현재 전국적으로 500여명으로 불어났다. 광주·전남이 아닌, 타지역 회원들도 30% 가량 된다고 한다.

100원회는 2000년 5월 소년소녀가장 31명에게 35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5월 어김없이 장학금 전달식을 했다. 올해 행사는 지난 20일 광주 서창농협 회의실에서 열려 대학생 11명에게 30만원씩, 중·고교생 54명에게 15만원씩 총 65명에게 1140만원을 전달했다. 지금까지 100원회의 장학금 혜택을 받은 중·고·대학생은 총 708명, 액수는 9360만원에 달한다.

소액이지만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올해 수혜자 이은경(22·전남대 4년)씨는 “가슴 깊이 교훈으로 새겨 소외받는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회의 동량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100원회는 소년소녀가장 돕기와는 별도로 장애인 등 생활이 어려운 이웃 43가구에 의료비 등으로 1300만원을 지원했다. 또 홀로 생활하는 노인 526명에게 1300만원 상당의 영정 사진을 만들어 줬다.

김씨는 회원들로부터 송금받는 월 3000원의 회비 외에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해 틈나는 대로 재활용품 수집에 나선다. 주말과 휴일에 빈병 및 캔, 상자 등을 모으기 위해 1t 트럭을 몰고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닌다. 김씨의 이같은 노력으로 100원회가 지난해 모 공익재단으로부터 받은 ‘좋은 이웃 밝은 동네 만들기’ 대상 상금 200만원도 100원회 재정에 보탰음은 물론이다.

“부지런히 재활용품을 모으면 한달에 20여만원 법니다. 회원 70여명이 내는 월 회비와 맞먹는 금액인데 이 일을 소홀히 할 수 있겠습니까.”

김씨의 별명은 ‘선행 중독자’다. 그는 지난해 광주 외곽에 있는 자신의 텃밭 900평에서 김장용 무 5t을 수확해 전량을 불우시설에 나눠주기도 했다.

“회원들의 연령층은 유치원생에서부터 80대 후반의 할머니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모두들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점이 공통점이죠. 가벼운 주머니를 털어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꼬박꼬박 송금하는 회원들을 보면서 정말 모든 회계를 투명하게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광주 = 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