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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동 일대. 발우와 모금함을 들고 국제시장과 광복동 일대 상가를 돌며 탁발하는 동자승 15명을 미소반 걱정반의 표정으로 따라다니며 지키는 노스님이 있었다. 부산 서구 서대신동 내원정사 주지 정련(65) 스님. 그는 내원정사 유치원생이자, 삭발한 동자승들과 함께 모금활동을 벌이는 한편 실종 어린이의 사진을 담은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며 “실종 어린이들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애써달라”고 호소했다.

얼핏 보기에 흔히 있음직한 일회성 이벤트, 그러나 스님을 제대로 아는 이들치고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가 ‘주는 불교’를 실천하기 위해 힘들여 펼쳐온 각종 사업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야말로 부처님의 가장 큰 가르침이자, 자비를 전하는 가장 좋은 포교입니다. 도량을 건립하는 불사도, 문자와 말로 하는 전법도 중요하지만 이웃 사랑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스님의 말은 그럴 듯한 수사에 그치지 않았다. 당장 경남 거제시 동부면 부춘리 일대에 최근 건립돼 운영중인 첨단 재활치료시설 마하병원이 이를 증명한다. 기왕 부산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종합사회복지관, 청소년 수련관 등 10여개 사회사업시설을 운영하며 활발한 사회사업을 벌여오던 그가 장애인 재활병원을 설립키로 마음먹은 것은 10년 전 자신이 직접 다리를 다친 뒤였다고 한다. 각종 산업재해와 사고, 뇌졸중, 노인성 질환 등으로 재활이 필요한 사람은 많은데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을 몸으로 느낀 것이다.

이를 현실화하기까지는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작이 반인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였다. 몇 년 전 거제도에 중증장애인 수용시설인 반야원을 지으며 5만여평의 토지를 마련한 것을 계기로, 병원시설이 급진전됐다. 특히 지난 2005년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나섰다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뒤에는 병원 설립에 매달리다시피했다.

“막노동꾼이 따로 없었지요. 새벽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현장에 매달려 있었으니까요. 병원 마당에 놓인 돌 하나 하나를 직접 배치하고, 나무도 모두 스님이 손수 심었습니다.”

마하병원 사무국장 박기련씨의 말이다. 100여 병상의 첨단병원을 지으며 국비, 도비, 시비 등 정부 지원금 23억원을 받았지만, 자체 예산 10억여원도 스님이 마련했다. 설계와 조경, 토목 등의 비용은 별도로 감당했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 봄 드디어 문을 연 병원에는 지역 주민은 물론, 멀리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환자가 찾아든다. 첨단 시설 못지않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제공하겠다는 스님과 직원들의 정성이 지극한 까닭이다.

“이곳에 노인요양원과 장애인 재활시설 등을 지어 반야원, 마하병원과 함께 종합복지타운을 만들 계획입니다. 노인과 장애인처럼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몸을 보살피는 것은 물론, 이곳에서 농사를 짓게 하며 마음까지 건강하게 하자는 것이지요.”

청사진을 펼쳐 보인 스님은 “힘을 합쳐 봉사하는 마음만큼 큰 법력은 없다”며 “백번의 말보다 중요한 것은 직접 밥 한그릇 나눠주는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