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4일 김선화(가운데)회장이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을 초청, 저녁식사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동훈기자

“개구리도 올챙이 시절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런 ‘올챙이 시절’을 잊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 바로 맞은편에서 20여년 동안 효창골프연습장을 운영해온 김선화(69) 회장. 그는 이 일대에서는 이웃을 잘 돕기로 소문난 ‘김 회장님’이다.

지난 14일 저녁. 효창연습장 내 구내식당에 고등학생 몇몇이 ‘생 삼겹살’을 푸짐하게 준비해 놓은 김 회장 앞에 나타났다. 학생들은 용산구 관내 환경미화원 자녀들로 김 회장의 장학생들. 그는 “지금의 불우함과 어려운 처지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면서 “내일이 있기에 다소 불편한 것일 뿐이므로 항상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효창장학회를 만든 그는 “공부 잘하는 학생도 좋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행실이 바른 학생을 우선적으로 따진다”고 했다. 지금도 가난하고 어려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는 그는 시골의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한때는 신세를 원망도 하고 비관도 했다고 한다. 그는 머리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근면, 성실, 노력만으로 지금껏 살아온 덕에 가난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골프연습장 이용객, 소속 프로골퍼, 직원들과 함께 불우이웃 자선돕기 골프대회를 매년 개최해 오고 있다. 첫해에 1800만원을 모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억원 이상을 모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오는 22일 경기 여주의 스카이밸리골프장에서 제8회 효창골프연습장 자선골프대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다.

외환위기 직후부터 용산구 관내 초등학생중 결식아동을 위해 성금을 기탁해 왔고 관내 미화원 자녀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왔다.

또 관내 독거노인 300명을 초청해 온천욕과 선물을 전달하고, 연예인을 초청해 경로잔치도 펼쳤다. 벽지나 낙도 학생 서울 초청행사도 매년 해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헌혈증서를 가져오면 연습장 무료 이용권을 줘 꺼져가는 생명을 구하는 데도 일조했다. 헌혈에 직접 참여하는 회원과직원 500명이 사랑의 헌혈행사에 참여했다.

특히 몇해전부터 북한산 자락에 텃밭을 개간해 직원들과 함께 고구마를 재배, 이를 팔아 생긴 수입금(300만원 정도) 전액을 환경미화원 자녀 장학금으로 내놓고 있다. 그는 ‘고구마 장학금’에 대해 “땀과 정성에 비해 적은 돈이지만 뿌듯함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고 한다.

그 역시 어린 시절 환경이 어려웠지만 공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중학교에서 대학까지 모두 야간학부를 다녔다. 스스로 ‘별만 보는 인생’이었다고 한다. 낮에는 학비를 벌었다.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노부모를 부양하기 위해 구두닦기, 신문배달, 우유배달, 아이스케키 장사, 산에서 나무를 해다 파는 일 등 먹고 사는 일이면 닥치는 대로 했다. 그래서 주위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꼈다고 한다. 법원의 사환으로 사회생활을 출발한 그는 한때 고시공부도 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은행에 취직했다. 이렇게 살아온 지 50여년. 이젠 먹고 살 만큼은 됐고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김 회장은 지난 2005년 ‘서울 시민상’까지 받았다.

고희의 문턱에 선 그는 “고생도 했지만 누릴 것도 많이 누리고 산다”면서 “이제 남은 인생은 더불어 사는 것인 만큼 복지법인을 설립해 함께하겠다”고 말한다.

최명식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