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깊은 시름에 잠겼다. 4·25 재·보선에서 ‘F학점’ 성적표를 받아들고 민심의 엄중함을 실감한 뒤이다.

이 전 시장은 26일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나를 포함해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고 선거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짤막한 평가보다 실제 이 전 시장의 충격은 더 컸던 모양이다. “자성할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아서…”(캠프 관계자)라는 이유로 예정된 공식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26~27일 부산방문, 28일 여의도 새 캠프사무실 이사를 미뤘다.

여론조사 1위를 달려왔던 그에게도 이번에 확인한 민심은 생각보다 냉혹했다. 자칫 자신의 고공 행진 지지율에 거품이 있는 건 아닌지도 확인해보고 싶은 심정이다. 또 대선 때까지 50%의 당지지율이 유지될 것인지, ‘반(反)노무현 대통령정서’뿐만 아니라 ‘비(非) 한나라당 정서’도 체감한 상황에서 현 대선구도에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도 걱정이다. 한마디로 불가예측성과 불안정이 증대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캠프 관계자는 “전략수정까지 해야할지 방법론은 좀더 논의해봐야겠지만 일단 민심 잡기 행보에 더 무게를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 부정적 인식을 초래한 ‘당심 잡기’ 과열경쟁은 당분간 자제한다는 의미다. 대신 ‘이명박답게로 변신하는’ 전략을 구사키로 했다. 그동안 고유한 가치를 지닌 ‘이명박 상품알리기’에 부족했다는 반성이라고 한다. 이 전 시장은 “최근 주변에서 ‘이명박답지 못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 개혁 요구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 배경으로 받아들인다. 이 전 시장은 “국민의 뜻에 따라 당을 쇄신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이는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자신에 대한 참패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포석의 의미도 있다. 캠프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은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이번 선거의 교훈 중 하나는 당지지율과 관계없이 진짜 좋은 후보선정이 중요하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당지도부 책임이 더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