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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재·보선 결과는 한나라당의 ‘텃밭’이 흔들리고, 지역 정서가 아직도 견고함을 확인시켜 주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뒤 치러진 첫 선거였던 터라 선거를 통한 ‘심판의 대상’이 모호한 가운데,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바닥에 깔려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권의 양대 진영간 선거 전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틈새’를 공략해 성공을 거둔 결과는 향후 대선 정국에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무소속 돌풍 = 26일 전국 55개 선거구에서 집계된 이번 재·보선 결과 무소속 후보 23명이 당선됐다. 22명을 당선시킨 한나라당보다 더 많다. 기초단체장 재·보선 지역 6곳 가운데 한나라당은 충남 서산 1곳에서만 당선됐다. 서울 양천과 경기 양평, 가평, 동두천, 경북 봉화 등 5곳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이 당선됐다. 특히 한나라당은 그동안 ‘텃밭’으로 생각해온 서울 양천과 경북 봉화에서의 참패가 쓰리다.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에서 무소속 추재엽 후보가 51.7%를 득표해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39.6%)를 누르고 당선됐다. 추 후보는 원래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이었으나 지난해 5·31 지방선거때 공천에서 탈락,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떨어진 인물이다. 당시 추 후보를 누른 이훈구 구청장이 검정고시 대리시험 혐의로 옷을 벗는 바람에, 추 후보가 재도전에 나서 당선됐다. 한나라당의 ‘공천 실패’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경북 봉화에서는 무소속 엄태항 후보가 한나라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우종철 후보를 눌렀다.

한나라당 한 초선의원은 “충남 서산을 제외하고 지역민심을 무시하고 중앙에서 추천한 후보들은 기초단체장에서 모두 떨어졌다”며 “안일한 공천이 패인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금권선거 의혹도 한나라당 패배에 한몫했다. 경기 안산 도의원과 관련한 ‘1억3000만원 돈공천 파문’, ‘경남 거창의 상대 후보 5000만원 매수미수 사건’,‘대구 선거법 과태료 3540원 대납 의혹사건’ 등에다 의사협회의 국회 보건복지위 로비의혹 등 ‘악재’가 겹쳤다. 25일 개표현황을 지켜보던 한나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오만과 비리 때문에 이번 재·보선에서 패배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역 정서 변수 =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의 승리는 ‘충청 중심론’의 기세를 높였다. 대전 서을 국회의원 보선에서 원내 제1당이자 여론지지율 1, 2위 대선주자를 보유한 한나라당의 이재선 후보를 20%포인트 이상의 압도적인 표차로 꺾고 승리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충청 민심이 ‘캐스팅 보트’가 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전남 무안·신안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가 당선된 것도 ‘지역 정서’가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 후보는 49.7%의 득표율로 30.3%에 그친 무소속 이재현 후보를 따돌렸다. ‘대물림 정치’, ‘비리 정치인 공천’이라는 따가운 여론의 비판을 받았지만,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까지 나선 전폭적인 지원 속에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김 전 대통령의 호남 영향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 것이지만,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 지역당의 한계를 벗어나는 과제 또한 이들에게 지워진 짐으로 보인다.

권은중기자 jungk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