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시온의 목적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신용부족으로 사업자금을 끌어들일 수 없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일할 의사가 없거나 무조건적인 자선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여기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액시온 시카고(ACCION Chicago)의 유일한 한국계 직원인 영 김(23·사진)씨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액시온의 목적이 자영업자들의 자립을 위한 재정지원에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도 마이크로크레딧 기관이라고 하면 후원금을 받아 불쌍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액시온은 엄연한 금융기관이라고 못을 박았다.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은 일정 수준의 대출자격을 갖춰야 하고, 일을 해서 돈을 갚겠다는 계획도 증명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기존 은행처럼 단순히 신용이 떨어진다고 해서 퇴짜를 놓지는 않습니다. 사업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담보가 없고, 신용점수가 부족해도 얼마든지 돈을 빌려갈 수 있습니다.”

액시온의 대출절차는 간단하지만, 잣대는 매우 엄격하다. 우선 전화상담을 통해 대출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한 후 개별상담과 사업장에 대한 현장실사를 통해 대출서류를 대출승인심의회에 올린다. 액시온에 후원금을 내는 금융기관 간부들로 구성된 대출승인심의회는 서류심사 및 인터뷰를 거쳐 대출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이때 가장 중시하는 것이 사업능력이라고 한다. 사업능력에 대한 판단은 액시온이 개발한 독특한 프로그램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모든 절차는 길어야 2~3주 안에 끝난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돈을 떼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연체율이 10%도 안됩니다. 연체율이 낮아지면서 더 많은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마이크로크레딧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어떤 전제조건들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김씨는 “무엇보다 금융기관들의 참여를 유도하는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정부가 금융기관 등이 후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후원금을 내라고 하는 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후원을 할 때 자기들에게 돌아올 이익을 생각합니다. 정부가 후원을 많이 하는 금융기관에 대해선 세금혜택 혹은 금융기관 평가 등에서 인센티브를 줘야하고 마이크로크레딧 기관 역시 운용을 잘해서 초기 손실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론 자립비율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미혼인 김씨는 5살 때 부모를 따라 남미의 칠레에 갔으며 미국 미시간에 있는 호프(Hope)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시카고 현대미술박물관 인턴을 거쳐 2006년 7월 시카고 액시온에 합류했다.

시카고 = 최준영기자 cjy1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