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우리나라는 현재 국내 투자진작 정책이 미흡하다”며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분리원칙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또 “서울 주택문제는 교육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있다”며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선 중·고교에 대해 서울시를 하나로 하는 단일학군추첨제를 실시해 학생들에게 학교선택권을 되돌려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총재는 이날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해’라는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임기 4년을 마치고 오는 31일 퇴임하는 박 총재의 이날 강연은 임기중 마지막 외부강연이다.

박 총재는 이날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산업자본(재벌)의 금융자본 분리원칙 등 두가지는 과거에는 필요했지만 국내 투자증대와 외국자본에 대한 국내자본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완화하거나 폐지할 때가 됐다”며 ”이것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문제는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도 지난 9일 “올해말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행계획) 1단계가 끝나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어 출총제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정부가 재벌그룹사에 관해 자기자본에서 계열사에 대해 출자금을 뺀 순자산의 25% 이상을 다른 계열사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것을 말한다. 또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분리원칙은 우리나라 은행법에 규정된 재벌그룹사가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4%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규정을 의미한다. 박 총재는 “1989년 건설부장관으로 재직할 때 일산, 분당 등 5개 신도시를 건설했지만 효과가 채 10년을 가지 못했다”며 “신도시 건설은 더 이상 우리나라 주택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우리나라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신도시 건설보다 강북에 대단위, 공영 재개발을 함으로써 강북을 초우량 주택지역화하는 정책이 근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총재는 “앞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함에 따라 피해를 보는 농민을 위해 이익을 보는 기업이 보상해줘야 한다”며 “자영업자가 문을 닫는 경우에도 실업자로 인정해서 실업수당을 지급하거나 북한에 공단을 많이 개발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