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에 계시는 구청장님 이하 공직자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뵙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 나는 60년대초부터 40여년동안 이곳 은평에서 살고있다. 그래서 은평구는 내가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내 고향이나 다름이 없다. 내가 60년대에 여기 왔을 때 현재 구청이나 이 자리는 모두 논바닥이었다. 참 강산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오늘 강연은 우리나라 경제문제를 함께 걱정하는 시간으로 하겠다. 우리 경제 형편이 어떤지, 장래 전망이 어떤지에 대해 여러가지로 평가가 갈리고 있다. 과연 우리 경제 실상이 어떤가, 장래 전망은 어떤가, 그리고 당장 우리가 한국경제 발전을 위해 당장 해야할 일들은 어떤 일이 있는가에 대해 나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솔직하게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한시간동안 말씀을 드려볼까 생각한다.
　
그 나라 경제가 잘 되고 있느냐 못되고 있느냐를 가늠할때 보통 3가지를 본다. 하나는 경제성장률이다. 해마다 숫자는 많이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지난 4년간의 평균치를 가지고 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 4년평균 4.7%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이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고 그 나라가 가진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이룰 수 있는 최대성장률을 말한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4.5~5.0%정도라고 개인적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난 4년간 평균 4.7%는 잠재성장률 수준이다. 따라서 성장률에 있어서는 괜찮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는 물가를 봐야 한다. 이것 역시 지난 4년동안의 평균으로 보면 4년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2%였다. 한은 물가안정목표가 2.5~3.5% 사이이기 때문에 그 범위 안에 있고,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3% 수준의 물가는 적절하다.
　
세번째는 국제수지다. 이를 경상수지로 보면 지난 4년동안 경상수지가 620억달러의 흑자다. 이것은 대단히 좋은 숫자다. 이에따라 외환보유고가 4년전 1000억불에서 지금은 2100억불로 늘어났다.
　
3가지 거시경제지표로 보면 모두 합격점이다. 양호하다. 한국경제의 체질은 양호하다,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얘기한다. 이같은 평가는 나만의 주장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같은 평가를 하고있다.
　
그러면 국민들이 느끼는 것은 어떠냐?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민생경기는 밑바닥이다. 민생경기는 극도로 위축된 상태이다. 장사도 안되고 실업자와 부채는 늘고 소비는 줄고, 심한 경우에는 IMF 사태 때보다도 더 어렵다고 호소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이것은 어떻게 된 것이냐. 거시지표는 다 좋다고 그러는데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살만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직장안정이 없다고 그런다. 어떻게 된 것이냐, 누구말이 옳으냐.
　
두가지 다 맞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경제의 두 얼굴이다. 한쪽만 봐서는 안된다. 양쪽을 다 보고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러면 왜 두 얼굴이냐, 왜 두 가지가 다 맞냐? 왜 이런 현상이 나오고 앞으로 한국경제는 어디로 가는 것이냐.
　
4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본격 시작은 1960년대부터다. 그때 1인당 평균소득이 80달러였다. 그것이 현재 올해 약 1만7000달러가 될 것이다. 얼마나 큰 발전이냐. 구태여 우리 생활이 얼마나 달라졌나 하는 것을 설명할 필요도 없다.
　
1960년 우리나라 1인당 소득이 80달러라면 이것을 5000년 걸려서 만든 것이다. 단군이 1달러로 살았다고 가정해서 계산하면 대한민국 5000년 역사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1000분의 1%다. 경제발전이 아니라 그냥 서 있는 것이다. 그것을 지난 40여년 동안 우리 세대가 경제성장을 한 것이다.
　
내 전공이 경제발전론 가운데서도 경제발전사다. 300년간 영국, 미국 등이 어떻게 해왔는지를 관심을 갖고 연구한 것이다. 세계에서 한국처럼 최단시간내에 빈곤문제를 해결한 곳이 없다. 한국이 40년동안 평균 8% 가까운 고도성장을 했는데 이런 나라가 없다.
　
그러면 한국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고도성장을 했느냐. 엔진은 무엇이었는가. 우리 엔진은 다음 몇가지다.
　
하나는 저임금의 힘. 두번째는 보호주의의 힘. 세번째는 정부지원의 힘. 이 세가지였다. 국내 투자 기업에 대해서 초과이윤을 보장했다. 시멘트공장 세워도 돈벌고, 자동차공장 세워도 돈벌었다. 이렇게 되니까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외국에서 돈 빌리고, 부채 더미로 투자해서 여기까지 오른 것이다. 그래도 초과이윤이 생기고 땅값도 오르고 그래서 우리나라 재벌이 생기고, 재벌이 생기면서 우리나라가 성장한 것이다.
　
지난 40년은 부채성장, 양적성장으로 특징지워지는 메카니즘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1990년대에 와서 문제가 생겼다. 환경이 바뀌었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성장 못하게된 것이다. 가장 큰 변화 두세가지다.
　
국내에서 저임금이 고임금으로 바뀌었다. 고임금이 되면 근로자에게는 소득이 늘지만 기업에게는 문을 닫아야 한다. 그 일을 해야할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월급이다. 내가 대학 다닐 때는 농촌에 벼이삭을 줍는 일이 있었다. 논두렁에 콩을 심었다. 그걸 해도 된다고 한 것이 임금이다. 벼이삭을 주우면 쌀 한되반이 되니까 벼이삭을 주운 것이다.
　
따라서 고임금시대의 도래는 한국경제에 커다란 변화를 줘왔다.
　
외부의 변화는 더 컸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이다. 개방으로 모든 물자가, 모든 자본이, 모든 외환이 들락나락한다. 개방은 두 가지 변화다. 하나는 국내 경쟁이 세계경쟁으로 바뀌는 것이다. 두번째 중요한 메시지는 경쟁에서 낙오자는 퇴출되고 경쟁에서 지는 기업은 도산돼야 하고,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호주의에서 개방주의로 넘어가는 참다운 메시지가 이것이다.
　
또 하나의 중대한 변화가 중국이라는 저임금 거인의 출현이다. 우리나라는 고임금으로 갔는데 중국은 저임금이다.
　
결론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작동하던 엔진이 꺼진다. 저임금 안된다, 보호주의는 안된다, 정부지원 이것은 더 이상 안된다. 3가지 엔진 부품이 다 망가진 것이다. 지난 40년간 1인당 평균소득 80달러를 1만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던 엔진이 깨진 것이다. 여기서 초래된 것이 IMF였다.
　
한보, 대우가 쓰러지니까 은행이 쓰러지고, 은행이 쓰러지니까 외국자본이 날라가 버린 것이고 그래서 외환위기를 맞은 것이다.
　
IMF위기 맞아 온국민이 피나는 고생을 하고 재벌 30개중 14개 없어지고 은행 33개중에 13개 없어지고 은행원중 40%가 사라져도 항변못했다. 그 고통을 겪고 구조조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IMF때 우리가 한 구조조정은 부채 구조조정이다. 나는 이것을 1차 구조개혁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동안의 엔진이 무용화되고 있다 보니까 맨먼저 쓰러지는 기업은 빚많은 기업이었다. 그러니까 기업도 빚을 줄이고 은행도 빚을 줄였다. 30대 재벌중 14개, 은행 33개중에 13개가 쓰러졌다. 은행원의 40%가 해고됐다. 따라서 기업이나 은행이나 빚을 줄이고 구조개선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래서 그거 가지고 한국경제가 다시 태어난 것이다.
　
구체적인 숫자로 말씀드리면 금융비용부담율이라는 말이 있다. 기업 총매출액에서 이자지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것이 IMF직전 6%에서 지금 1%로 내려왔다. 이건 대단히 큰 것이다. 매출액의 5%가 과거 이자로 나가는 것이 이제는 순이익으로 남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경제를 살린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이익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작년 기업이익도 사상 최고고 올해와 내년에도 사상최고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이다. 은행이익도 재작년 8조에서 작년에는 13조로 사상최고였다. 그래서 주가가 오르는 것이다. 올해도 작년 수준은 유지할 것이다.
　
이것은 서민생활이 IMF 때보다 어렵다는 것과 두 얼굴이다. 기업이, 은행이 사상최고의 이익을 누리는 것은 이자지불이 줄었기 때문이다. 부채를 줄이고 금리가 내려갔기 때문에 이자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엔진‘으로 작동해서 IMF를 극복하고 한국경제가 새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 약발이 또 없어지게 됐다. 이것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문제다. 이게 한계에 이르렀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흔히 자기자본에 대한 총부채의 비율을 부채비율이라고 하는데, 부채비율이 IMF당시 400%가 지금 92%로 급감했다. 현재 미국과 일본의 부채비율이 130%, 150%다. 대한민국 기업의 재무구조는 미국이나 일본 기업의 재무구조보다도 좋다. 그래서 기업이 은행돈을 안쓴다. 그래서 은행들이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부채비율 줄인게 더이상 내려갈 수 없게 됐다. 또 한은도 IMF당시 10돥15%하던 금리를 3돥4%로 내렸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내려갈 수가 없다. 지금까지의 부채조정은 더 이상 갈데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성장경쟁력을 잡을 것이냐. 그 한계에 당면한 게 지금이다. 한국경제는 다시 변신해야 한다. 빚줄이는 것만 갖고는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새로운 위기에 살아남는 것은 무엇이냐, 그것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한국경제가 ’제2차 구조조정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것의 핵심은 기술이다. 이 과정에 한국경제가 이제 들어간 것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까 지금 우리 경제는 격렬한 전쟁을 벌이고있는 것이다. 외국과 싸워서 이기느냐 지느냐 살아남느냐 넘어지느냐는 경쟁력 싸움이다. 한국 자동차와 미국 자동차중 어느 것이 더 좋으냐의 문제다. 한국 야구가 미국 야구를 물리친 것은 실력에서 우리가 이긴 것이다. 이제는 경쟁력을 갖고 싸워야 하는데 우리나라 경제가 두가지로 확실하게 분리되고 있다.
　
국제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은 외국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 이들 기업은 세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POSCO등의 로고는 세계 어디를 가도 있다. 따라서 이들 부문은 살판이 났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달려가고 있다.
　
반면 외국과의 경쟁력 싸움에서 패퇴하는 경쟁력 열위 부문. 기술은 없고 사람은 많이 써야 하고 이런 부문은 중국에 밀려서 퇴출되거나 위축되거나 남아있더라도 근근이 연명하는 부문이다. 대표적 3부문이다. 첫째 중소기업, 두번째 자영업, 세번째가 농업이다. 이 3개 비교열위 부문이 어떤 부문인가. 민생을 떠앉고 있는 부문이다. 고용을 떠안고 있는 부문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지금 줄줄이 경쟁에서 밀려나서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양극화의 본원, 근본이다.
　
이런데서 아까도 말씀드린 2가지 문제. 우리 경제가 체질은 괜찮은데 먹고살기는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5년 더 가야할지, 10년 더 가야할 지 모른다. 이런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극복되기 어렵다.
　
양극화의 원인, 국민생활이 어려운 원인은 어디에 있느냐. 여러가지가 있지만 두가지 원인만 말씀드린다. 첫째는 기업 호황, 가계불황이다. 지난 4년동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4.7%다. 그런데 이를 가계부문과 기업부문으로 나눠보면 가계 소득증가율은 1% 밖에 안되고 기업의 소득증가율은 50%다. 이게 아주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렇게 되면 경제는 성장하지만 국민생활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두번째는 고용없는 성장이다. 고용없는 성장이 나쁘기만 한게 아니다. 은평구에 몇해전만 해도 마트나 백화점 같은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가 몇해전 이마트가 생겼다. 그래서 신세계는 이익 많이 나서 주가도 높아졌고, 이마트가 생겨서 은평구민들이 얼마나 복지를 누리고 있나. 저희 집사람도 지금은 이마트 간다. 이마트 생기면 구멍가게만 안되는 줄 알았더니 세탁소도 안되더라. 유통의 혁명은, 유통의 현대화는 시민복지발전에 필수적이고 꼭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마트가 생기면서 수백, 수천개 자영업은 문을 닫거나 문을 닫지 않아도 장사가 안되거나 이럴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이냐. 이마트를 못오게 해야 하나.
　
역사가 뒤로 갈 수 없다. 이마트는 또 생겨야 한다. 문제는 경쟁력 열위부문, 자영업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 지방에 가면 이런 게 많다.
　
은행이 지금부터 10년 전만 해도 모든 일을 사람이 했다. 지금은 은행 업무의 85%를 기계가 한다. 증권업무도 그렇다. 따라서 경제는 발전하고 은행은 커지지만 은행원은 줄고 있다. 이게 고용없는 성장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노동생산성의 향상이다. 따라서 국제경쟁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의 향상은 필수적인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문제는 개인적 차원에서는 대단히 고통스럽다. 개인적 차원에서 직업안정이 약하다. 개인 차원에서는 어렵다. 그러나 국가경제는 활력이 있다. 근본틀이 지금 제대로 가고 있다. 왜 그러냐? 우리에게 밀어닥친 새로운 환경, 우리가 이번에 야구에서 이겼듯이 국제경쟁에서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전 산업의 국제경쟁력화할 수 있는 길로 산업이 가야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그렇게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적인 틀이다.
　
우리가 20년, 30년 앞을 내다볼 때 반드시 겪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고통스럽지만 국가적으로는 밝은 상황이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냐, 무엇을 잘못하고 있느냐,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해 3가지로 집약해서 말씀드리겠다.
　
첫째 필요한 것은 국내 투자진작 정책이 미흡하다. 아까 기업호황 가계불황이라고 했다. 기업들이 사상최고의 이익을 내고 있는데, 빚은 없기 때문에 빚갚을 일은 없고, 그런데 국내 투자는 안하다가 보니까 65조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을 갖고 있다. 정상적 상황에서는 이게 국내에 투자가 되야 한다. 그러면 기업의 이익이 가계로 환류가 된다. 기업소득이 늘면 투자를 통해 가계소득이 늘고 다시 기업의 소득이 늘면서 리사이클링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가 7% 성장하면 기업성장이 7%, 가계성장이 7%로 똑같이 성장했다. 그러던 것이 가계는 1% 성장하는데 기업은 50% 성장하는 양극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을 고치는데는 여러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가령 노동시장도 개혁해야 한다. 사회적 의사결정과정도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면 새만금을 십몇년이 되도록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노화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다. 저게 왜 십몇년이나 가야 하나.
　
출자총액제한제라는게 있다. 산.금분리원칙도 있다. 이 두가지는 과거에는 필요했지만 이제 국내 투자증대와 외국자본에 대한 국내자본의 역차별 해소를 위해서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 입장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출총제는 과거 재벌횡포가 많았기 때문에 11개 재벌에 대해 순자산의 25% 이상은 다른 계열사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여러가지 예외사항도 있다. 산.금분리 원칙은 우리나라 산업자본은 은행을 의결권있는 주식 4% 이상 보유 못한다는 것이다. 외국자본은 마음대로 국내에 와서 하고있지만 국내 자본은 하지못하도록 돼 있다.
　
이는 과거 양적 성장시대, 부채성장시대, 재벌 문어발 확장시대에 하는 것이지만 더 이상 필요없다.
　
두번째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것, 미흡한 것은 구조조정은 해야 하지만, 여기서 소외되는 부문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미흡하다. 이거를 좀 더 우리가 해야 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우리가 FTA(자유무역협정)를 미국과 논의하고 있고, 그를 위해 스크린쿼터제를 축소했다. 그것은 대단히 잘한 조치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발전해나갈려면 개방체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고, 그 속에서 전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타협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낙오자가 있다면 이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FTA는 절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FTA가 맺어지면 누가 손해를 보느냐. 농민이 손해를 본다. 아까 말한 이마트와 자영업의 관계와 같다. 국가경제를 위해서는 자유무역을 해야 한다. 자유무역을 통해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엄청난 이익, 가령 100의 이익을 본다. 그러나 농업은 손해를 본다. 예컨대 농민은 30이라는 손해를 본다. 그러면 2개를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100이라는 이익을 보는 대기업에서 농민의 피해를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을 안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이나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도 문을 닫는 경우에는 실업자로 인정을 해서 일정 기간 실업수당을 지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이마트가 생겨서 자영업자가 손해를 본다면 세금을 많이 내서 자영업자를 도와주는 자세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가령 북한 개성공단 등을 통해 중소기업을 많이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세번째로 서울의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 특정지역의 집값 때문에 국민생활이 위협받고 있고, 계층간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단순 경제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고 국가문제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대개혁을 통해서 기필코 뿌리를 뽑아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겠다.
　
우선 서울집값이 오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서울로 집중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서울집값은 안잡힌다. 대전에 발령받으면 서울집은 팔지 않고 혼자 대전에서 근무한다. 왜 그러냐면 자녀교육 때문에, 또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에 사는 사람, 지방에 토박이로 사는 사람도 웬만큼 사는 사람은 서울에 집을 사고 있다.
　
지금 지방대학 교수중에 절반 정도가 서울에 집을 마련했거나 하려고 하고있다. 내가 건설부장관때 원주지방국토청에 초도순시를 갔더니 한명만 원주에 살고 전부 서울에 살더라. 전세계에서 이런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1989년 건설부장관때 일산 분당 등 5개 신도시를 건설했다. 5대 신도시 건설 당시 서울의 주택보급율 56% 밖에 안됐다. 그런데 5대 신도시를 건설하고 그 효과가 10년을 못갔다. 그러면 무슨 논리가 성립하는가? 앞으로 그런 식으로 해결할려면 매년 또는 2년마다 일산이나 분당같은 신도시를 건설해야 한다. 왜 실패했나. 구멍뚫린 독에 물을 붓는 것이다. 지방에서 들어오는데 그걸 막지 못한 것이다.
　
또 하나는 현재 서울 주택문제는 양적 부족시대는 끝났다. 이제 질적 부족시대다. 서울 주택보급율이 2004년 현재 89%인데, 다가구 주택은 계산되지 않는다. 다가구주택 포함하면 106%다. 따라서 서울 주택문제는 우량지역, 강남 3개지역에 국한된 문제지 보편적인 문제가 아니다. 은평에는 다세대, 다가구 텅텅 비지만 팔리지도 않고있다. 우리 집 역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집값이 오르지 않았고, 거저 주지 않으면 살 사람이 없다.
　
따라서 서울 주택문제는 양적 문제 아닌 질적 문제다. 주택 수요가 지방에서 서울로, 강북에서 강남으로 집중되고 있다. 세수가 많으니까 강남의 생활환경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강남 집 구하는 사람의 절반이 지방과 강북 사람들이다. 강남 집 구하는 사람의 20%가 다세대 소유자다. 실수요자도 강남, 투자자도 강남, 자식 가르치려는 사람도 강남이 되다 보니까 신도시 건설은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송파, 파주에 신도시 건설해봐야 해결책이 안된다. 더구나 신도시 건설은 수조원의 택지조성비를 써야 한다.
　
따라서 서울의 주택정책은 2가지 해결책이 있다. 하나는 열악한 주거지의 철거다. 1인당 소득 3만불에 적합하지 않은 집들을 없애는 것이 50%의 과제고 나머지 하나는 3만불 시대에 적합한 집들을 건설하는 것이다. 신도시 건설은 아니다. 2가지를 같이 하는 것은 딱 한가지 밖에 없다. 강북의 강남화. 강북의 열악한 주거지를 개선하는 방법 밖에 없다.
　
서울 주택문제 해결방안을 몇가지 말씀드린다.
　
첫째, 주택공급을 위해서는 신도시 건설보다 강북의 대단위, 공영 재개발을 통한 강북의 초우량 주택지화정책이 근본이 돼야 한다. 신도시 건설은 강남에 대한 대체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보상비의 새로운 투기진원 작용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
　
둘째, 주거환경의 근본차이의 하나는 구별 세수차이에 있기 때문에 재산세와 담배.자동차세 등의 교환을 통한 시세와 구세의 교환으로 구별 세수균등화조치를 당장 추진해야 한다. 이것은 이미 국회에 상정돼 있다.
　
세번째 서울 주택문제는 교육문제와 밀접히 관련돼있다. 이 문제 해결 위해 중고등학교에 대해 서울시를 하나로 하는 단일 학군추첨제를 실시해서 학생들에게 학교선택권을 되돌려 줘야 한다. 평준화를 지키면서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상대평가에 의한 대학입시는 상대평가에 의한 내신중심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2008년부터 내신중심체제로 갈 예정이지만 미흡하다고 본다. 내신중심체제의 실질반영율을 최소 50% 이상인 대학에 한해서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네번째는 수도권 집중은 일자리 욕구에 기인하기 때문에 산업입지의 지방분산을 적극 추진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법인세등 조세부담율을 수도권과 지방간에 큰 차이를 두어서 예컨대, 지방은 30% 이상 낮게 유지하는 개혁을 해서 산업입지의 지방분산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