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와 ‘3·1절 골프’를 함께친 사람들중 상당수가 과거 불법정치자금 제공 기업인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야당은 이 총리에 대해 “후안무치한 행동”이라며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반면 여권은 “일방적인 매도는 곤란하다”면서도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4일 “이 총리가 범법행위 경력이 있는 지방 경제인들과 골프를 친 것은 떳떳하지 못한 일이고, 처신을 잘못한 것”이라며 “실세와의 골프회동으로 권력층과의 친분을 보여주려는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도덕적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이 총리가 국정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된다”면서 “노 대통령은 이 총리를 즉각 해임하고, 이 총리는 그 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변인은 또 이 총리의 잦은 골프논란을 겨냥, “이 총리의 골프는 ‘GOLF(Green Of Light on Foot)’가 아니라 ‘GOLF(Government Officer Lee Foul)’”라고 꼬집었다. 특히 최근 국회대정부 질문에서 ‘윤상림 골프 건’을 놓고 이 총리와 설전을 벌였던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이 총리의 골프 파트너는 주로 브로커 아니면 불법정치자금 제공자 또는 범죄자”라며 “이것이 무엇을 뜻하겠는가. 결국 이권을 주고받음을 전제로 맺어진 사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어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이 총리는 후안무치하며 국정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민노당 김성희 부대변인은 “노동자들이 공익적 요구를 걸고 파업에 나선 당일날 국무총리가 골프를 친 것도 국민들에게는 충격적인데 그 인사들이 불법 정치자금과 연루된 인사들이라는 것에 더욱 심각한 충격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은 이 총리의 골프를 무조건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있는 인사들과 골프를 친 사실만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려는 야권의 정략적 행위라는 주장이다. 서영교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은 “(언론과 야당이)과도하게 총리의 사생활을 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부산에 가서 상공인과 행정관료와 ‘골프를 쳤다’기보다는 만남을 통해 업무의 연장으로 민심을 살필수도 있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청와대로서는 별달리 할말이 없으며 총리실에서 알아서 대처해야 할일”이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총리실 관계자도 “사전에 어떤 인사들과 함께 라운딩을 할지 신원조회를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양성욱·심은정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