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와 지난 1일 골프 모임을 가졌던 기업인 5명중 3명이 2002년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노무현 후보측과 한나라당에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되거나 처벌을 받았던 비리 기업인들로 확인됐다.

4일 검찰과 법원 재판기록 등에 따르면 1일 부산 기장군의 아시아드 골프장에서 이 총리와 함께 골프모임을 가졌던 기업인은 모두 5명으로 상공회의소장 S씨를 비롯해 P, Y, K, L씨 등 부산지역의 유력 기업인들이었다.

또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과 정순택(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부산 국제외국어고 교장도 함께 골프를 쳤으며 기업인 P씨는 몸이 불편해 클럽하우스의 식사자리에만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기업인 중 K, P, S씨는 부산 지역 다른 기업인 2명과 함께 2003년 1월 2500만원을 모아 동래구 온천동에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전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들 세 사람은 또 대선 무렵인 2002년 12월 다른 기업인 2명과 함께 4000만원씩 갹출해 모은 2억원을 당시 민주당 김정길 중앙위원에게 대선자금 명목으로 전달했다. 이와 별도로 K씨는 2003년 1월 최 전 비서관에게 정치자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전달한 혐의가 드러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또 P씨는 2002년 11, 12월 한나라당 재정국 관계자에게 대통령 선거자금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준 혐의가 드러나 기소됐다.

이들중 K, P씨는 1심 재판에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각각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으나 S씨는 기소되지는 않았다.

이 총리와 골프를 함께 친 기업인 중 Y씨는 2001년 코스닥 주가를 조작해 소액 주주에게 수백억원의 피해를 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Y씨는 자사주를 매각할 때 거액의 자금과 차명계좌를 빌려주는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해 200억원의 차익을 남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2001년 9월 구속돼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40억원의 형이 확정돼 복역한 후 2003년 출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Y씨의 회사가 다른 회사와 함께 제품 가격을 담합했다며 2일 35억1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Y씨의 주가 조작으로 2000년 4월 3만원 선에 불과하던 Y씨 회사의 주가는 최고 17만원(당시 액면가 5000원 기준)까지 올랐으며 당시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17억원의 합의금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이 총리와 함께 골프를 친 이기우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28일 부산지역 상공인으로부터 총리가 내려오니 같이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와서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차관은 이 총리 비서실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2월 교육부 차관에 발탁됐으며 지난해 7월 남부지방 집중호우 때도 이 총리의 제주도 골프에 동행했었다.

부산=김기현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