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변호인단 ‘불꽃’ 공방

엔론 재판정에서는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엔론사건이 등장했다. 엔론의 부도와 회계부정 등이 레이 전 회장 등 피고인들의 잘못인가 아닌가를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이었다. 미 언론들은 이를 두고 ‘두 개의 엔론 얘기’라고 묘사했다.

◈‘거짓말과 탐욕’=6시간 동안 진행된 첫 공방에서 검찰은 부도이전 엔론의 이윤 급증을 ‘사람의 눈을 속인 회계 요술(hocus pocus)’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엔론의 주력사업들이 나쁜 상황이었음에도 엔론의 최고경영진이었던 피고인들은 개인적 탐욕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실제 상태를 속이는 방법을 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으로써 피고인 케네스 레이 전 회장과 제프리 스킬링 전 사장은 2001년 엔론의 주가가 박살났을 때 투자자들과 종업원들이 거금을 잃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존 휴스턴 미 연방 검사는 배심원들에게 “이 사건은 단순한 사건”이라며 “이는 회계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거짓말과 (그릇된) 선택에 관한 문제”라고 못박았다. 그는 90분 동안 법정에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얘기해왔던 엔론 내부의 회계부정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2000년과 2001년 레이 전 회장과 스킬링 전 사장이 투자자들을 거짓말로 오도하면서 자신들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치웠던 행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검찰측은 2001년 중반 스킬링이 회사내부에서 했던 얘기와 이틀 뒤 주주들에게 설명했던 회사 계열사의 경영상황이 전혀 달랐다는 것을 예시하기 위해 그의 목소리 등이 담긴 녹음테이프와 비디오테이프를 배심원들에게 직접 틀어주었다. 검찰은 이후 재판에서 이미 유죄를 인정한 엔론사 간부들을 증인으로 내세워 피고인들의 거짓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잘못은 외부에 있다”=변호인단은 “레이 회장은 엔론사의 몰락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라며 “그러나 실패는 범죄가 아니다”고 맞섰다. 레이 전 회장의 변호사는 엔론사의 부도를 외부책임으로 돌렸다. 예컨대 단기 주식거래인들, 그리고 월스트리트 저널의 엔론사에 대한 보도, 엔론사 내부의 지나친 자신감이 결합되면서 엔론사는 사상 최대의 부도 수렁에 빠졌다는 것이다.

변호인들은 레이 전 회장이 과감한 위험부담을 떠안으며 성장했던 시민의 지도자이며 세계의 지도자들과 친하게 교제하던 박애주의자였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특히 레이 전 회장이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과도 친했다고 강조했다. 스킬링의 변호사는 “피고인이 비전있는 경영자였다”며 “만약 엔론이 부도날 것을 미리 알았다면 회사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책임졌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변호인들은 또 “레이 전 회장이 그의 자식인 엔론을 죽이려 했겠느냐”며 “엔론을 죽인 것은 시장의 광기(panic)였다”고 강변했다. 특히 변호인들은 월스트리트저널이 2001년 10월16일 엔론사가 12억달러의 주식감자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보도함으로써 시장의 불안감을 촉발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호인들은 엔론에서 행해진 사기가 있다면 이미 유죄를 인정한 엔론사의 다른 경영진, 예컨대 전 재무최고책임자(CFO)인 앤드루 패스토 등의 사소한 도둑질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궁극적으로 엔론의 부도는 에너지 거래에서 92%의 수익을 내던 엔론사의 취약한 구조에 있었다는 주장을 폈다.

최형두기자

문화일보

문화일보

검찰 vs 변호인단 ‘불꽃’ 공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