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사이 20명을 살해한 연쇄살인 용의자가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해 미국에서도 48명의 여성을 죽인 살인범이 검거됐고 1970년대 시카고에서는 소년을 포함한 남자 33명을 살해한 사람이 있었다.

1986년 독일에서 한 병원장이 살해당하고, 이후 10년에 걸쳐 십수명이 그 살인범에게 죽었다.

위에 나열된 사건들 가운데 마지막 사건은 만화 ‘몬스터’(우라사와 나오키·전 18권·사진)의 줄거리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잔인한 영화와 만화가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고 믿지만 때로 허구보다 현실은 어떤 픽션 못지않게 끔찍하다.

1986년 독일의 촉망받는 의사 덴마는 병원에 이송돼 온 시장 대신 응급환자 소년 요한을 치료한다. 그러나 얼마 후 요한은 사라지고 병원장이 살해된다. 그로부터 9년 뒤, 병원의 간부 하나가 또 살해당하고 당황한 덴마 앞에 그가 살려 낸 요한이 나타난다.

요한은 자신이 병원 원장과 간부를 죽인 범인이며 악마라고 자백한 뒤 그 앞에서 또 한 사람을 무참히 살해한다.

충격에 휩싸인 덴마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달아난 요한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그에게 쌍둥이 여동생이 있으며 둘을 입양한 양부모마저 죽인 범인이라는 사실도 알아낸다. 곱상한 외모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능범 요한의 살인행각은 대단히 치밀하고 정교하다. 끈질긴 추적 끝에 덴마는 요한이 과거 동독 정부가 일부 고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살인기계 양성 프로젝트 ‘511 킨더하임’ 출신자로 일종의 인격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살인자를 단지 ‘미친 악마’정도로 보는 것은 옳은 시각일까. 따지고 보면 연쇄살인은 한 사람이 저지른 것이기보다 이 사회 전체의 잘못으로 봐야 한다. 허구보다 잔인한 이 사회는 때론 끔찍한 살인교습소와 무엇이 다른가. 이 만화 ‘몬스터’처럼 말이다.

만화스토리작가 klavend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