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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메프 사태 장기화 조짐

티몬·위메프 결손금 2조원 달해
구대표 사단 일주일째 두문불출
티몬 본사엔 ‘기업 회생’ 메모도
업계 “공식 해명·해결책 내놔야”

대규모 지급 불능 사태를 촉발한 티몬·위메프의 싱가포르 모기업 큐텐과 핵심 계열사 큐익스프레스의 재무상태가 열악한 처지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번 사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자금 동원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데에 대한 의문도 확산하고 있다. 구영배 큐텐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모기업의 재무 상황이 한계에 도달했음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계열사들의 자금난을 돕기는커녕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구 대표를 포함한 큐텐 핵심 경영진은 이번 사태가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티몬·위메프 인수와 경영 전반에 ‘구영배 사단’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만큼, 사태 수습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문화일보가 싱가포르기업청을 통해 확보한 큐텐·큐익스프레스의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티몬을 인수하기 이전인 2021년 말 기준 큐텐의 총 유동부채는 5억157만 싱가포르달러(약 5168억 원)로 나타났다. 유동자산 1억4087만 싱가포르달러(1452억 원)의 3.5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상황도 비슷하다. 2022년 말 기준 큐익스프레스는 유동부채가 2억2312만 싱가포르달러(2392억 원), 유동자산은 1억1878만 싱가포르달러(1224억 원)였다.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는 각각 기업이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과 갚아야 할 채무를 뜻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두 기업은 빚이 자산을 초과해 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을 의심받는 상태였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티몬과 위메프는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태다. 티몬은 2022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0억 원, 결손금은 1조2644억 원에 달한다. 위메프도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1억 원, 결손금은 7559억 원 수준이다. 두 회사 모두 현재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큐텐 측은 이번 사태로 판매 업체들의 연쇄 도산 우려가 커지자 “그룹 차원에서 판매 대금과 소비자 환불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미 모기업과 계열사 모두 자산보다 빚이 커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위메프와 티몬에서 보고한 미정산 금액은 1600억∼1700억 원 수준이다. 이는 5월 판매분에 대한 정산 규모로, 미지급된 6∼7월분을 합하면 규모가 3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자금을 확보할 때는 통상 채권 발행이나 유보금 활용, 유상증자를 단행하지만 큐텐의 경우 이미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아 자체적인 자금 조달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전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 사무실에서는 이번 사태의 피해 규모가 1조 원 이상이며, 기업 회생까지 고려한다는 내용이 담긴 메모가 발견되기도 했다.

큐텐 측 인사들이 티몬과 위메프의 감사·재무 요직을 차지한 점도 구 대표 책임론을 뒷받침한다. 현재 티몬의 감사는 큐텐의 정보기술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의 김효종 대표가, 위메프 감사는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이 맡고 있다. 기업 경영 상황을 들여다보고 견제하는 권한이 있는 감사 직책까지 모두 큐텐 측 인사를 앉힌 셈이다. 티몬과 위메프 재무팀 역시 큐텐테크놀로지 소속 직원이 겸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가 이번 사태 해결에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만큼, 공식 해명과 함께 세부적인 사태 해결 계획을 내놔야 더 큰 불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