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내 돈 받을 수 있을까…”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몰려든 소비자들이 티몬 관계자로부터 환불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백동현 기자

■ 위메프 이어 현장 환불

피해자들이 자체 순번표 만들어
오전 1800번대 넘어 일부 환불
“회사도 출근 못하고 왔다” 울분

“충북 청주에서 잠도 못 자고 2시간 가까이 운전해서 왔는데 대기자만 1000명이 넘으니 환불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네요.”(40대 소비자)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 전날 밤늦게 성난 소비자들이 본사 점거 사태를 빚은 이곳은 이날 새벽에야 대금 환불 신청 접수가 시작됐다. 대기순번만 오전 9시 현재 1800번대를 넘어섰다. 소비자 이모 씨는 “전날 오후 3시부터 밥도 안 먹고 15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다”며 “현장에 2000명 가까운 피해자가 있는데 환불받은 인원은 100명 남짓”이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날 오전 현재 위메프도 2000명 내외의 소비자가 여행상품 결제 대금을 환불받은 것으로 집계했다.

티몬 측에서는 계좌 입금까지 이뤄진 인원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티몬 본사는 환불받으려는 소비자 수백여 명이 한꺼번에 모이면서 혼잡한 상황이었지만 안내하는 직원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소비자가 역할을 맡아 자체 순번표를 만들어 접수하고 번호를 호명했다.

한 여성 소비자는 “집에 11개월 된 아이가 있는데 새벽부터 환불받는다고 와서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다음 달에 떠나는 300만 원 유럽 패키지 상품을 결제했는데 환불이 안 돼 답답해서 나왔다”며 “이거 때문에 회사에 출근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전날 회사 대표가 본사를 찾아 현장 환불을 하고 상황 설명을 한 위메프와 달리 티몬은 아예 건물을 폐쇄해 버린 탓에 몰려온 이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뒤늦게 이날 0시 40분쯤 신사옥 지하 1층을 찾아 “위메프보다 환불이 지연돼 정말 죄송하다”며 “성수기이다 보니 여행상품에 우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부분만 알아달라”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30억~40억 원가량의 환불 자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류광진 티몬 대표는 자취를 감춘 채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산 지연을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남겼다.

큐텐이 지난 2월 현금 2300억 원을 주고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시에서도 환불이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환불 지연 사태가 큐텐그룹 전체로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지웅 기자 topsp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