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7일 국회 앞에서 열린 ‘2018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는 박원순(오른쪽) 서울시장. 연합뉴스

한노총 집회 참석 두고 논란
“당이 노동계와 갈등중인데…”

朴시장측 “정부에 사전 양해”
친문-비문 갈등재점화 우려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국노총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하기 위해 주최한 ‘2018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19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 등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을 벌였던 대권 주자들이 줄줄이 정치적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박 시장의 ‘나홀로 행보’가 친문계와 비문(비문재인)계의 갈등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친문계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박 시장의 옥탑방 체험이야 그냥 ‘쇼 하나 보다’ 하고 넘길 수 있어도 한국노총 집회 참석은 ‘자기 정치’가 도를 넘은 것”이라며 “서울시장이면서 동시에 민주당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박 시장이 알아야 하는데 이번에는 너무 과했다”고 비판했다.

한 친문계 의원도 “당이 노동계와의 갈등 등으로 지지율이 빠지고 어려운 상태면 자제를 해야 하는데 (박 시장이) 왜 집회에 참석했는지 모르겠다”며 “간다고 하더라도 참모들이 못 가게 말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은 그간 박 시장의 ‘나홀로 행보’에 대해 쌓여 있던 당 일각의 비판이 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잠재적 경쟁자에 대한 친문계의 견제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비문계 의원들은 “역할 분담 차원일 뿐 문제가 없다”고 맞받아치면서 박 시장의 행보를 놓고 친문과 비문의 계파 갈등이 재현될 조짐마저 엿보이고 있다. 한 비문계 의원은 “한쪽에서 (노동계와) 긴장이 있으면 또 다른 쪽에서는 완충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을 한 것이지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며 “시장으로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당과의 이견은 앞으로 당정협의를 통해 조율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 측은 “한국노총은 서울시 정책협약 파트너이기도 하고, 한 달 전 ‘서울시의 노동정책에 대해 강연해 달라’는 한국노총의 요청에 행사 성격은 알지 못한 채 참석을 결정했고, 참석해서도 탄력근로제와 관련된 발언은 일절 하지 않았다”며 “정부 규탄 시위인 것을 알았지만 정부와 대화 테이블에 나서기 위한 마무리 수순의 시위라 판단했고, 정치적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참석하기 전 청와대와 여당 측에 미리 참석 경위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 한국노총과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열고 탄력근로제 시행에 관한 정책 논의를 이어간다. 여권에서는 정부의 노동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선 민주노총을 제쳐 두고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은지·김도연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