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분향소 단원고 母 “매일매일이 4월 16일”

23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부분 유가족이 전날 세월호 인양을 보기 위해 진도로 떠난 가운데, 일부 유가족은 분향소 앞에 차려진 대기실을 지켰다.

이날 오전 2시쯤 40대 남성의 조문을 시작으로 소강상태였던 분향소는 아침이 밝자 하나둘 추모객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참사로 세상을 떠난 고 김영은(생전 17세·단원고 2년) 양의 어머니는 두 번째로 분향소를 찾아 딸의 영정 앞에서 한참 서 있다가 자리를 떴다. 그리고 빗자루를 꺼내 들고 유가족 대기실 주변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김 양 어머니는 참사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화랑유원지를 찾고 있다. 그는 “진도에 간 다른 유가족들이 실시간으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사진이나 선박 인양 상황을 올려줘 현장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면서도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가족 대기실에서는 진도로 내려가지 않은 일부 유가족이 TV와 휴대전화로 선박 인양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참사 희생자 고 이정인 군의 아버지 이우근 씨는 “사고 이틀 만에야 현장에 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나마 약속했던 선박 인양이 탄핵 이후 이뤄졌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고의 진상을 명백하게 밝혀내고, 이마저도 형식적으로 진행돼 잘못이 덮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매주 목요일 조문을 하는 안산 단원구 노인복지관 직원들도 어김없이 분향소를 찾았다. 한 직원은 “유가족이 기다리던 선박 인양이 이뤄진 사실이 기쁘면서도 허무하다”고 말했다 .

한편 같은 날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도 인양 성공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년 전부터 ‘4·16 연대’에 매달 후원금을 내고 있다는 직장인 박현승(40) 씨는 “미수습 학생들과 그 가족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분향소를 찾는다”며 “선체의 온전한 인양과 함께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석영(31) 씨는 “순조롭게 인양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지금에서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세월호 참사는 정부를 향한 불신이 사회 전반으로 퍼진 사건이었는데, 선체 인양이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안산=박성훈 pshoon@,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