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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잠수부 “감격·허망”

“시신 수습상황 아직도 생생
심리 불안… 잠수사 그만둬
유족들 3년간 오죽했겠나”

“세월호 선체가 물 위로 드러나는 모습을 보니 이제라도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감격스러우면서도 허망합니다. 이렇게 금방 꺼낼 수 있었는데 3년 동안 왜 지지부진했던 건지, 그동안의 세월이 안타까워요.”

세월호가 참사 1073일 만인 23일 오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참사 당시 시신 수습과 수색에 참여했던 잠수부들은 “물속에서 미처 찾아내지 못한 분들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 같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허망하다”고 되뇌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단 하루도 제대로 잠을 이룬 적 없다는 잠수부 황병주(57·왼쪽 사진) 씨는 “매일 바닷속 학생들이 떠올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이제는 마음속 짐 덩어리를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4월 20일부터 7월 10일까지 세월호에서 물 밖으로 시신을 인양했던 황 씨는 당시 배 안에서 얽히고설킨 시신을 손으로 잡았을 때의 느낌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는 “구명조끼가 둥둥 떠다녀 손으로 움켜쥐니 여러 구의 시신이 한꺼번에 잡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혼자 감당하기가 힘들었다”며 “너무 어처구니없고 허무해서 물속에서 한없이 소리만 질러댔다”고 토로했다. 황 씨는 “테이블 밑에 끼어 좀처럼 물 밖으로 꺼내기 힘들었던 시신, 서로를 꼭 부둥켜안고 있던 시신 등 아직도 모든 장면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며 “3개월 동안 생업을 중단하고 시신을 수습하면서 신장 질환이 더 악화됐고 심리상태도 불안해져 현재는 잠수사를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대리운전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그는 “유가족들의 마음은 오죽하겠냐”며 “모든 시신이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진실도 꼭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잠수부 공우영(62·오른쪽) 씨는 “시신을 수습하러 간 뒤 2주일 동안은 몸과 정신이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며 “서로 부둥켜안고 있던 시신들을 억지로 분리해 꺼내와야만 했던 당시 상황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2014년 4월 18일부터 7월 10일까지 공 씨와 동료들이 물 밖으로 꺼낸 시신은 200여 구. 하지만 공 씨는 되레 수습 작업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해 동료 잠수부 이모 씨를 사망하게 했다는 혐의(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했다. 대법원이 지난 1월 30일 “민간잠수부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방지할 법령상 의무는 수난구호활동을 지휘하는 해경 등 구조본부장에게 있다”며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공 씨의 심신은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공 씨는 “이 씨를 비롯해 지난해 세상을 떠난 김관홍 잠수부 등 먼저 간 동료들에게 미안했는데, 세월호가 밖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얼른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