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빈곤층 214만명 ↑
경제독립 못한 자식이 ‘짐’

직장 및 사회생활 은퇴 후 연금 이외의 고정수입이 끊기면 발생하기 쉬운 노후파산,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서는 이미 노인 4명 중 1명이 노후파산의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 수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버블 붕괴’ 후 오랜 기간 일본 경제가 침체를 겪으며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젊은 세대가 부모 세대에 의존하면서 부모와 자식이 함께 경제적 곤란을 겪는 ‘파라사이트(기생) 파산’까지도 일본의 고령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25일 일본의 주간지 ‘슈칸(週刊)포스트’에 따르면 리쓰메이칸(立命館)대 산업사회학부 가라카마 나오요시(唐鎌直義) 교수가 일본 후생노동성의 국민생활기반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9년 679만 명이던 고령자 빈곤층은 2014년에는 893만5000여 명으로 늘어, 5년 사이 약 214만 명이나 증가했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3384만 명으로, 일본의 고령자 4명 중 1명은 빈곤층에 속하는 셈이다. 또 고령자 빈곤층이란 일본의 생활보호수급자(한국의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수준인 연소득 160만 엔(약 1650만 원) 이하인 65세 이상 노인을 뜻한다.

슈칸포스트는 30대 후반의 아들을 데리고 사는 70대 노인의 사연도 소개했다.

2010년까지 소규모 인쇄공장을 운영했던 A(76) 씨 부부는 지난해부터 39세의 미혼인 아들과 함께 살게 됐다. 10년 정도 비정규직을 전전하던 아들은 지난해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되자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고 우울증을 앓게 됐다.

A 씨 부부의 월수입은 12만 엔 정도의 연금이 전부지만, 아들의 병원비와 약값을 빼면 월 10만 엔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 A 씨는 “앞날을 생각하면 나마저도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고 한탄했다. 슈칸포스트는 “(A 씨 같은) 새로운 저소득층 노인의 출현은 ‘신(新) 노후파산’ 시대의 개막을 알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