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백남기’ 농민 행진 28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앞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바람개비 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韓·中 FTA ‘농어민 상생기금’ 기업들 강력 반발

“혜택기업 年1000억 내라”
수혜·피해 불분명한 상황
예측 불가… 불복도 못해

대기업 半강제 할당될듯
창조센터·청년희망펀드
朴정부 들어 갈수록 늘어

정치권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피해 지원을 위해 세금 징수 방식의 무역이득공유제 대신 농어촌 상생기금을 조성키로 하면서 ‘준조세’ 논란이 일고 있다. 재계는 “기업의 팔을 비틀어 사실상 세금 성격의 준조세를 떼가는 FTA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30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야는 한·중 FTA 비준 동의안 통과와 관련해 대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으로부터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총 1조 원의 자발적 기부금을 받아 기금을 조성, 농어업과의 상생협력 및 지원사업을 수행키로 했다.

이 기금은 기존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서 관리하고, 기부금을 내는 기업에 대해서는 조세특례 등의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재계는 정치권의 이 같은 합의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한·중 FTA 시행에 따른 수혜와 피해를 과연 누가 얼마나 입었는지 계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기부금을 내야 할 대상자가 명확하지 않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한·중 FTA가 정치권에서 협상의 대상으로 논의되면서 기업에 부담이 되는 이런 상황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구심이 든다”며 “만일 FTA로 기업들이 이득을 본다면 이는 법인세로 당연히 세금을 더 내게 돼 있는데, FTA 수혜자와 피해자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런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피해 농가를 추려 내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FTA 전문가인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실 한·중 FTA에 따른 농가 피해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농어촌 자녀 장학금 지원 등 기존에 기업들이 해 왔던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면 몰라도 준조세 성격의 상생기금 조성은 기업에도 부담이지만 FTA의 기본정신이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 역시 수출 감소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준조세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재계는 박근혜정부 들어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15개 기업이 수백억 원을 지원했고, 삼성과 현대차, SK 등 국내 10대 기업들이 청년희망펀드에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다. 기업 총수들은 사재까지 내놔야 했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기획재정부 ‘부담금별 징수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익사업 경비를 해당 사업 이해 관계자에게 부담시키는 준조세 성격인 ‘부담금’이 최근 5년 새 18.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부담금 총액은 17조1796억 원에 달했다.

임대환·박정민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