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전남 순천 한 매실밭에서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판명되면서 그 규명 과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이 유 전 회장일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단순 변사 사건으로 처리하면서 유전자 감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40일이나 걸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지난 5월 25일 제보를 받은 검찰이 전남 순천의 송치재 인근 별장을 급습해 유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액을 발견하면서 유 씨에 대한 첫 생체정보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6월 11일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 두 번째로 진입한 검찰은 유 씨의 사진 작업실에서 비누, 칫솔, 면봉 등을 수거해 감식을 통해 유 전 회장의 생체정보를 다시 확인했다.

수사당국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지난 6월 12일 발견된 시신이 유 전 회장이라고 판단했다. 우선 시신이 발견될 당시 부검을 맡은 민간인 촉탁 의사는 시신이 심각하게 부패함에 따라 근육 대신 머리카락과 대퇴부 뼈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머리카락 샘플은 부패가 심해 DNA 감정에 실패했지만 대퇴부 뼈의 DNA가 송치재 별장과 안성 금수원에서 확보한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추가 확인을 위해 동일 모계를 확인하는 미토콘드리아 DNA 검사까지 거쳐 형 병일 씨와 시신이 형제 관계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시신 발견 40일 만인 지난 21일에야 이 같은 결과가 확인된 데 대해 경찰 관계자는 “긴급 사항이 아닌 유전자 감식에는 보통 이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뼈보다 근육이 분석하는 데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애초 시신에서 근육을 검출하는 데 더 신경을 썼더라면 40일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