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세영 시인이 경기 안성시 집필실 앞의 그네의자에 앉아 책을 보는 포즈를 취했다.

―(폭압에 저항하는) 성향으로 보면 참여문학파이실 것 같은데, 오히려 참여문학의 대표적 인물인 김수영 시인이 우상화됐다는 주장을 했는데.

“제가 김수영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일단 작품이 훌륭하지 않고, 둘째 참여시인이 아닌데도 참여시인이라고 주장을 하고, 셋째는 창비(창작과비평)그룹이 집단적으로 우상화한 것입니다. 물론 작품의 문학적 성취가 부족하다는 것은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제가 공부한 문학이론으로는 수준 이하입니다. 김수영을 참여시인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김수영 씨가 1950년대 초에 시를 쓴 것은 일종의 아방가르드입니다. ‘공자의 생활난’ 등은 뭐가 뭔지 모르고 쓴 것입니다.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났고 1961년에 박정희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습니까. 그 사이 사회가 굉장한 혼란의 극치, 아노미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이때 김수영 씨가 1년간 참여시를 썼습니다. 뭔 시를 썼냐면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는 것이에요. 이승만 사진을 뜯어내자는 것인데, 이걸 참여시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 이승만 대통령은 이미 모든 권력을 내놓고 처량하게 하와이로 쫓겨난 사람입니다. 1958∼1959년 이기붕 자유당 대표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부정부패, 부정선거를 할 때 과감하게 정말 이승만, 이기붕을 비판한 사람은 김수영이 아니고 조지훈, 유치환 이런 사람입니다. 그래서 유치환 선생은 기관 조사도 받고 쫓겨나고 감옥에도 갔죠. 이런 것을 참여시라고 하면 저는 박수를 칩니다. 하지만 김수영은 아닙니다.”

그는 일단의 문단 권력자들이 사적인 인연 때문에 김수영을 우상화했다고 설명했다. 김수영의 명작으로 알려져 있는 ‘풀’이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을 의미한다는 것도 허구라고 주장했다.

“왜 풀이 바람보다 빨리 일어나요? 이게 무슨 말인지 해명이 안 됩니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라는 대목이 있는데, 동풍은 춘풍인데 독재를 상징한다는 게 말이 안 되죠. 북풍이라면 몰라도.”

(그의 주장은 아직 소수론에 불과하다. 그의 말대로 앞으로 10년 후에 문학계의 김수영론이 바뀔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