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세영 시인은 “지금 우리 사회가 물신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비판하는 데 머물기보다는 껴안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게 우리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전남 영광 출생. 전남 장성, 전북 전주에서 성장.’ 오세영 시인은 시집의 저자 소개에 이렇게 적어 넣는다. 1942년 영광에서 태어났으나, 100일 지난 뒤부터 외가가 있는 장성에서 자랐고 전주에서 초등 6년을 거쳐 중·고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6·25전쟁으로 집안이 몰락한 탓에 전주 신흥고를 졸업한 후 대학입시를 포기하고 방랑했다. 서울 체류 중 아르바이트 등에 의한 대학 진학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독학, 서울대 문리과 대학 국문학과 입시에 합격했다. 1965년 대학 졸업 후 공채를 통해 전주 기전여고 국어교사로 부임했으며, 당시 고 3이었던 최명희(‘혼불’의 작가) 등을 가르친다. 이 해에 박목월 시인에 의해 ‘현대문학’ 초회 추천을 받았고, 1968년에 추천이 완료됨으로써 시인으로 등단한다.

서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해 석사학위 및 문학박사학위를 얻었다. 이후 충남대(1974∼1981)와 단국대(1981∼1985)에서 국문학을 강의했고, 1985년부터 서울대에서 현대문학(현대시)을 가르쳤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1995∼1996)에서 한국현대문학을 강의했다.

그동안 학술서로 ‘20세기 한국시 연구’, ‘상상력과 논리’, ‘우상의 눈물’, ‘한국현대시 분석적 읽기’, ‘한국낭만주의시 연구’, ‘시쓰기의 발견’ 등을 펴냈다.

2006년 제35대 한국시인협회장에 추대됐고, 201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1970년 첫 시집 ‘반란하는 빛’을 펴낸 이후 지금까지 22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놨다. 서울대를 정년 퇴임한 지난 2007년 ‘오세영 시전집’이 출간됐다. 그때까지 나온 16권의 시집을 2권의 책에 시간 순서로 묶은 것이었다. 해설을 쓴 권영민 문학평론가는 “오 시인이 1980년대까지 사물의 모순 구조의 실체를 시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에 힘을 기울였고, 1990년대 이후의 시에서는 은일(隱逸)과 정관(靜觀)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은데 이는 불교 선(禪)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만해상 문학부문 대상, 시협상, 공초문학상, 녹원문학상, 편운문학상, 불교문학상, 목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전집’ 이후에도 6권의 시집을 출간한 그는 요즘 창작에 대한 열의가 더 불타오르는 듯했다. “‘바리공주’ 이야기와 같은 가장 한국적인 신화를 바탕으로 현대 삶의 내면을 보여주는 시를 꼭 쓰고 싶습니다. 그런데 잘 안 되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