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운명의 날… 무관용 대응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치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 선고일 대비 지휘부 회의

李 청장대행 “극렬시위 가능성”
재판관 신변 위해·경찰 폭행땐
현행범 체포·구속 수사로 대응

‘67명 사상’ 비극 되풀이 않도록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까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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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일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시설 파괴·헌법재판관 신변 위해·경찰관 폭행 행위에 대해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겠다”며 “현행범 체포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무려 6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판사에 대한 신변 위협이 가시화됐던 1·19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당시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탄핵선고일 대비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서 “탄핵 선고일 전국에 갑호비상을 발령하는 등 치안이 안정될 때까지 전국에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 직무대행은 “선고 후 운집된 군중 일부가 격앙된 상태에서 극렬·폭력시위와 안전사고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며 서울에 210개 부대, 1만4000여 명의 기동대를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또한 헌재 주변을 진공상태로 유지하고 탄핵 찬·반 단체 간 사전 차단선을 구축해 마찰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직무대행은 또 온라인상 가짜뉴스·유언비어에 대해 신속히 수사하고, 범죄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가시적 예방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선고 전날인 3일부터는 경찰관서에서 보관 중인 총포·도검 등의 출고가 금지된다.

서울경찰청도 “탄핵 선고일에 맞춰 찬성 또는 반대하는 단체들이 ‘역대급’으로 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헌재 시설·업무와 재판관 신변 보호, 찬반 단체·지지자 간 충돌과 마찰 방지, 다수 인원 집결에 따른 인파·안전사고 예방 등에 초점을 맞춰 대비하기로 했다. 경찰은 현장 경찰관의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이격용 캡사이신 분사기·경찰봉 사용까지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캡사이신은 2017년 3월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서울 도심 집회를 마지막으로 8년간 실전에서 사용되지 않았다. 경찰은 “집회 중 과격·불법행위를 선동하는 경우 관련 법에 따라 무관용 원칙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며 “금전적 피해 등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경찰 등 관계당국이 경계 상황을 최고 수위로 올려 대비하는 데는 2017년 탄핵 선고 당시 대규모 사상자 발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경찰청은 “2017년 당시에도 다양한 형태의 과격 시위와 분신·자해 등 돌출행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엔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특히 집회 참가자가 경찰 버스를 탈취해 방호차벽을 들이받는 바람에 다른 참가자가 대형 스피커를 머리에 맞고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헌재 주변 학교와 궁·박물관 등도 선고일에 맞춰 일제히 문을 닫는다. 헌재 인근 11개교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2개교 등 총 13개 학교는 학생 안전 확보를 위해 선고일인 4일 임시 휴업하기로 했다. 경복궁·창덕궁·덕수궁 등의 관람이 중지되고, 국립민속박물관 및 서울공예박물관 등도 휴관한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은 선고일 첫차부터 무정차 통과한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