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한국군에 전작권 이양’ 전망도
미국 국방부 “한반도 안정역할 변함없어”

미국이 중국에 맞서 대만 방어 의지를 드러내고 중국이 ‘대만 포위’ 훈련으로 맞서면서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중(對中) 억제로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차출, 전시작전통제권 한국 반환 등도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가장 큰 역할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규정된 주한미군 업무 범위가 한반도 내로만 한정되진 않기 때문에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중국인민해방군이 예고한 중국군의 대만 인근 훈련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기밀문서인 ‘임시 국가 방위 지침’ 보도가 나온 데 따른 대응조치로 풀이된다. 지침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점령 저지’를 최고 우선순위 등급으로 높이면서 ‘여타 지역에선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가시화하면서 주한미군의 용도 조정 시점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야에선 한반도와 대만해협 등 두 개로 나뉜 미군의 동북아 전구(戰區)가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 전략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알려진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내정자는 저서 등을 통해 “주한미군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부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경우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은 중국 억제 역할을 위한 용도로 차출될 수 있다. 현재 한·미 연합사령관이 가진 전시작전통제권도 한국군에 이양되고 유사시 북한의 재래식 공격은 한국의 자체 대응 몫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주한미군이 어떤 조건 아래 대만에 배치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미연합사가 중국으로부터의 반격이나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한반도에서 방위와 억제를 보장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만 미국 소식통은 “미 국방부의 지침은 말 그대로 ‘임시’(interim)인 데다 아직 미국의 대중 정책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