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시기 따라 의미 달라져

다자외교 경험 전혀 없는 김정은
5월 택할땐 글로벌 외교 데뷔
9월이면 푸틴과 독대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준비되고 있다고 러시아 정부가 공식 확인하면서 김 위원장 방러 시기와 방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의 방러가 내달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절 기념식에 맞춰 이뤄질지,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는 동방경제포럼(EEF)을 계기로 이뤄질지에 따라 그 의미와 파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추측만 난무하던 김 위원장의 방러는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이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은 올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확인한 후 구체화하고 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전승절 기념식에 김 위원장이 참석한다면 사실상 다자외교 경험이 전무한 김 위원장의 ‘글로벌 외교무대 데뷔’ 무대가 펼쳐진다는 의미가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우방국 간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파병 반대급부 극대화 △미·북 대화에 앞서 ‘몸값 높이기’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5월 전승절 행사는 건너뛰고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EEF에서 푸틴 대통령과 독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푸틴 대통령이 EEF에 참석한 후 인근 도시로 이동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이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다자외교 경험이 전무한 김 위원장에 대한 특별의전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우려해 9월 단독 정상회담을 선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평양에서 전승절 행사가 열리는 모스크바까지 적절한 교통수단이 없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북한은 현재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 직행할 수 있는 전용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열차로 이동하면 김 위원장이 평양을 최소 보름 이상 비워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다만 방러 확정 시 러시아가 전용기를 지원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도 김 위원장의 5월 방러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중요한 일이 있기 전마다 항상 베이징(北京)에 들렀다”며 “김 위원장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지 않고 내달 러시아에서 시 주석과 만나진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북한군 파병이 북한 민심 이탈을 부채질할 우려도 남아 있다.

이시영 기자 si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