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공매도의 귀환’ 증시는 어디로… 공매도 전면 재개로 코스피는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상승 출발한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 공매도 재개 첫날… 외인 ‘팔자’

삼성전자, 장중 6만원대 ‘붕괴’
에코프로비엠 등 낙폭 두드러져

증권가선 “중장기적 상승 전망”
개인·기관‘공평한 운동장’마련
MSCI 선진지수 편입 성사 주목

공매도 재개 여파로 지난주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대차잔고) 수가 급등한 2차전지 종목을 비롯해 코스피 상위 대형주가 31일 일제히 하락하며 조정을 받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변동성이 큰 장세가 길지 않으리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공매도 중단 기간에 개인·기관 투자자 간 ‘공평한 운동장’이 마련된 만큼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갈망해 왔던 증시 ‘선진국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지도 업계의 관심이다.

이날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공매도 재개 직전인 지난주(24∼28일) 1주간 대차잔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TIGER TOP10’으로, 한 주간 1896만1000주가 순증했다. 이 종목은 코스피와 코스닥 유동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2위도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KODEX 200’이 차지했는데, 공매도 재개로 국내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차전지 종목을 묶은 ETF인 ‘KODEX 2차전지산업’의 대차잔고도 눈에 띄게 불었다. 대차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리고 갚지 않은 물량으로 통상 주식을 빌린 뒤 매도하는 공매도 대기자금이자 선행지표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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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11시 현재 전장 대비 2.65% 하락한 5만8600원을 기록하고 있다. SK하이닉스(-3.26%)와 LG에너지솔루션(-6.46%), 삼성바이오로직스(-2.38%), 현대차(-3.36%) 등 시총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약세다. 에코프로비엠(-5.99%), 에코프로(-10.03%) 등 2차전지 주 낙폭도 두드러졌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증시 변동은 단기에 그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매도 재개는 상위 종목으로 제한했던 지난 2021년과 달리 2700여 개 상장회사(코스피·코스닥)로 대폭 확대됐다. 개인과 기관 투자자에 다르게 적용됐던 공매도 상환 기간, 담보비율 등 조건도 동등하게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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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가 재개됨에 따라 지난해 탈락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이 올해는 성사될지도 주목된다. MSCI는 매년 6월쯤 시장 분류를 발표한다. 지난해 6월 내놓은 ‘2024년 연례 시장 분류’에서 한국은 ‘신흥국(EM) 지위’를 유지했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지수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1년 이상 올라야 하지만 후보군에 들지 못한 것이다. 선진국 지수 편입에서 탈락한 주요 이유가 바로 ‘공매도 금지’ 때문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소한 수급 개선에 따라 MSCI 지수 내 종목 비중이 확대되는 단기적 성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설명

◇공매도=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판 뒤, 나중에 다시 주식을 사서 갚는 주가 하락기의 투자 기법이다. 가령,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당 1만 원인 A 회사의 주식을 기관·증권사로부터 100주를 빌려서 팔았다고 가정해보자. 며칠 후 이 회사 주식이 주당 5000원으로 떨어진다면 주당 5000원에 100주를 매입해 주식을 빌렸던 증권사에 갚아도 50만 원의 시세차익(100주×1만 원-100주×5000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주식을 빌려 매매하는 ‘차입 공매도’와 달리, 주식을 빌리기도 전에 매도 주문(매도 이후 주식 대여)을 넣는 것을 ‘무차입 공매도’라고 하는데 이는 불법이다. 공매도 증가는 주식 하락 가능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주식 보유자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주가를 적정 가격으로 되돌리는 조정 역할도 한다. 투자 위험을 줄여 주식 거래 활성화와 시장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낸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