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핵추진 잠수함 앞서 “북극 발판확보 경쟁”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최북서단 항구도시 무르만스크에서 핵 추진 잠수함 ‘아르한겔스크’ 시찰을 마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극 지역에서 발판을 확보하기 위한 지정학적 경쟁과 투쟁도 격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PA 연합뉴스

“군사기술 협력진행” 밝히기도

‘파병국’ 북한, 협상 참여하면
美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과 관련해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파병국인 북한을 휴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여,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이 휴전 협상에 참여할 경우 이를 발판으로 한국을 패싱하고 정상외교를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핵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최북서단 무르만스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과 관련해 “우리는 어떤 파트너와도 협력할 것”이라며 “이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모든 브릭스 국가와 다른 나라들이 있으며, 북한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북한 언급은 자국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한 북한을 향후 휴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하에 우크라이나와 에너지 부분 휴전에 이어 흑해까지 휴전을 확대한 상태다.

또 이날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 군사기술 등의 분야에서 협력 중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것을 재차 언급하면서 “제4조는 우리가 서로를 지원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면서 “(북한과) 군사 및 군사기술 부문에서 이 같은 협력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제4조엔 북한과 러시아 중 한 나라가 전쟁 상태에 처하면 다른 나라는 유엔헌장과 양국 국내법에 따라 자신이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이날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러시아 방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시, 북한군이 쿠르스크 탈환에 기여한 만큼 러시아 측에 군사기술 이전 등 파병 대가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재진입 기술에서부터 군사 위성 기술의 고도화, 또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한 기술들도 북한에 제공될 수 있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이 미·북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에 유화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직접 협상에 나설 경우 미·북 간 협상이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이 될 우려도 나온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