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국 조사완료까지 ‘최고 50%’
결과 나온 뒤 다시 관세 매길 듯
1930년 관세법 등 적용할 전망

트럼프 “친구가 적보다 더 나빠
상호관세 예외 국가는 적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다음 달 2일 시작하는 상호관세를 2단계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보도했다. 교역 상대국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조사 완료 때까지 최대 50%에 달하는 긴급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또 조사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다시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와 관련, “일부 국가에 대해 예외를 두겠지만 그 숫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도널드 트럼프는 4월 2일 2단계 관세 체제를 고려 중이다’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법 제301조를 근거로 교역 상대국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1930년 관세법 제338조나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사용해 즉각적인 관세를 임시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세법 338조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조항으로, 미국과의 교역에서 부당한 조처를 한 국가에 최고 50%의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한다. 앞서 로이터 통신도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이 조항을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함께 거론되는 IEEPA는 미국의 안보나 외교, 경제 등에 위협이 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에게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 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다. 앞서 캐나다와 멕시코·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이 법안에 근거를 두고 작성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실질적으로 도입 가능성은 낮지만 무역법 제122조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법 122조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크고 심각한 국가 또는 다수의 국가에 대해 최대 150일 동안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식통들은 또 자동차 관세가 4월 2일 즉시 적용될 가능성이 크고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중단된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대한 국가 안보 연구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강행 움직임에 미국 경기 전망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으로 미국의 재정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늘어나는 부채와 높은 이자율에 대한 대처 능력을 약화시키고 정부의 재정 수입에 득보다 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CNBC의 올해 1분기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문위원회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올해 하반기 경기침체를 예상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4분기 조사에서 응답자 중 7%만이 2025년 중 침체를 예상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8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기업인들은 미국의 무역 정책(30%)을 사업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보수성향 매체 뉴스맥스와 인터뷰에서 “이른바 친구가 적보다 더 나빴다”며 “유럽인이 이 나라에 무슨 짓을 했는지, 그들이 이 나라를 완전히 약탈한 방식을 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상호관세로)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라며 “중국, 인도, 브라질, 또는 다른 많은 곳에서 수년간 우리에게 이런 일을 해왔다. 우리는 그저 상호적(reciprocal)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