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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극장 체인들은 영화관을 클라이밍짐으로 용도 변경하거나 유명 가수의 공연 실황 상영, 특수 상영관 보강 등 자구책을 통해 불황을 타개하려 노력하고 있다.(위 부터)

코로나로 직격탄 맞았던 업계
과거 영광 회복 못하고 줄폐업
극장→OTT 소비방식 바뀐 탓

임영웅 공연 실황 틀어주거나
아이스링크·클라이밍짐 개조
‘문화의 장’ 변신해 생존 모색

극장이 또 문을 닫았다. 이번 달에만 네 곳이 폐관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고, 엔데믹 전환 후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극장업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영화 상영만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각 멀티플렉스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팬데믹 이후 57개관 문 닫아…올해는 벌써 5곳

CGV는 지난 23일 서울 송파점과 인천 연수역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창원점과 광주터미널점도 오는 31일 폐관을 알리는 공지를 올렸다. 지난달 희망퇴직을 시행해 80여 명의 직원을 정리한 CGV가 덩치를 줄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광주 첫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롯데시네마도 오는 4월, 13년 만에 폐관을 결정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직전인 2019년 충무로는 역대 최대 관객, 매출을 기록했다. 총 2억2667만 관객을 모았고, 매출은 1조9139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팬데믹 상황이 벌어지며 관객과 매출 모두 4분의 1 토막이 났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영업시간 제한 등의 조처를 한 2020년, 총 17개 극장이 문을 닫았다. 이후 2021년 11개, 2022년 6개, 2023년 7개가 폐관됐지만 감소세는 줄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16개로 늘어났고, 올해는 다음 달까지 이미 5개 극장의 폐관이 결정됐다.

CGV는 지난해 영업이익 769억 원으로 표면적으로 흑자를 달성했지만, 이는 해외 법인 실적이 반영된 결과다. 여전히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고, 궁극적으로 극장 산업이 예전과 같은 위상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큰 스크린을 내걸 장소를 확보해야 하는 극장업은 설치 및 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통상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폐관되면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 단관 극장 시대에 마침표를 찍은 멀티플렉스가 이제 단관 극장과 같은 길을 걷는 건 아이러니다. 2008년 단성사와 명보극장이 문을 닫고, 2021년 서울극장에 이어 대한극장도 지난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실상 ‘충무로 시대’는 더 이상 없다. 이를 주도했던 멀티플렉스들도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이제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양경미 영화평론가는 “코로나19 이후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극장보다 스마트폰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더 익숙해졌기 때문에 극장 수가 줄어드는 것 당연한 수순”이라며 “스토리를 갖고 있는 영상 콘텐츠는 언제든지 우리 근처에서 소비할 수 있게 됐다. 즉, 젊은 세대들에게 더는 ‘영화를 보는 곳=극장’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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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스포츠 생중계…공연장으로 바꾸기도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3 영화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극장 관람 빈도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24.8%)다. 이런 상황은 향후 가속될 수밖에 없다. 수익이 악화하며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신작 제작을 급격히 줄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해결책으로 멀티플렉스는 가수 임영웅과 아이유를 비롯해 유명 K-팝 그룹의 공연 실황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임영웅의 ‘아임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역대 실황 영화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 이런 콘텐츠 다변화는 음악 팬까지 극장으로 데려오는 효과를 가져왔다.

극장을 ‘체험형’으로 탈바꿈하고, 공연·스포츠 경기 중계의 장으로 마련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CGV는 지난 1월, 4면이 스크린인 스크린X관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기존 스크린X관은 정면과 좌우 벽면 3면이 스크린이었다면, 이번엔 천장까지 스크린을 확장해 체험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프로야구(KBO) 리그와 업무 협약을 맺고 매주 일요일 두 경기를 극장에서 생중계한다.

아예 극장을 리모델링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월드타워 상영관 일부를 약 350석의 중극장 규모 공연장으로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해 공연 티켓 총매출액(1조4421억 원)이 영화 티켓 총매출액(1조1945억 원)을 넘어서는 등 공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에 따른 조치다. 이 외에도 메가박스 킨텍스점은 상영관 ‘컴포트 1관’을 아이스링크로 개조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CGV는 층고가 높은 상영관을 클라이밍짐으로 바꾸기도 했다. 극장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방증이다.

양 평론가는 “극장은 ‘영화를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즐기는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향후 스포츠 중계나 공연 실황 등이 더 많이 소비될 것”이라면서 “4DX, 스크린X 등 경쟁력을 갖춘 곳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