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현규 군서농협 조합장이 전남 영암군 군서면 군서농협 조합원들이 함께 조성한 논콩 재배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군서농협 제공

■ 전남 영암군 군서농협 ‘논콩 농사 확대’ 눈길

1마지기 이익 40만원→89만원
2년뒤엔 콩 자급률 43%대 목표

군서농협 5년새 콩재배 123배↑
‘최저소득 보장’ 농가 마음 열어

농협, 인력지원 등 인프라 구축
수확량 늘면서 소득증대 선순환

쌀 소비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통해 올해 벼 재배면적을 8만㏊ 줄이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한 가운데, 벼 대신 논콩 재배로 △쌀 수급 안정 기여 △노동력 부족 해소 △생산비 절감 △농가 소득 증가 △식량 자급률 제고라는 ‘5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전남 영암군 군서농협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남 영암군 군서면에 위치한 군서농협의 조합원 124명은 현재 74㏊ 규모로 논콩 농사를 짓고 있다. 논콩은 주요 쌀 대체작물이다. 밭에서 주로 재배되는 콩을 배수가 잘되는 논에 심는 게 논콩인데, 가공용 두부·콩나물·된장·간장 원료로 쓰인다. 군서농협이 논콩 재배를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쌀 소비가 크게 감소하며 조합원 소득이 줄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논콩 농사를 고려하게 됐다.

군서농협 관계자는 “쌀이 과잉 생산되면서 매년 2억∼3억 원씩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며 “콩 농사는 기계화할 수 있는 여지가 크고 나라에서도 재배를 장려하고 있어 콩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24년 양곡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5.8㎏으로 30년 전인 1994년 소비량 108.3㎏과 견줘 절반으로 줄어든 실정이다. 반면, 콩 자급률은 2022년 28.6%에 불과해 정부는 2027년까지 이 비율을 43%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0.6㏊(약 2000평)로 시작했던 군서농협의 논콩 재배면적은 약 5년 만에 123배로 불어났다. 수십 년씩 벼농사에 종사해온 농가들이 단번에 작목(作目) 전환을 결심하긴 쉽지 않았지만, 농협에서 참여농가에 1마지기(200평·0.06㏊)당 50만 원의 최저소득 보장금액을 제시한 것이 농가의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됐다. 특히, 재배면적 중 56㏊는 단일지역으로 규모화·집적화하고 영농대행을 통해 공동계산제 사업을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

단지화하니 농지 간 이동 거리가 없어 농작업기의 이동시간이 단축되고 투입되는 인력도 줄었다. 작업효율이 20∼30%씩 올라가며 생산비가 떨어지고 줄어든 비용은 비료 등에 재투자했다. 그러자 수확량이 늘고 농가소득이 증대되는 등 선순환이 이뤄졌다. 농협은 재배과정에 투입되는 농작업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인력도 적기에 지원해 생산성 향상을 도왔다. 트랙터 4대, 콤바인 4대 등 장비와 상시 전담인력 3명, 농번기 지원인력 2명이 논갈이-파종-방제-수확-건조-판매까지 맡아준다. 개별 농가는 3월 제초 관리와 병해충 예찰만 하면 된다. 고령화로 농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농번기 인력 확보나 고가의 농기계 구입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공동계산제 사업에 따라 총판매대금에서 생산원가 및 일정관리비를 차감하고, 참여 농업인들에게 공동생산·공동선별·공동판매 방식으로 잉여 소득을 배분한다. 동일 재배기술 및 동일 조건 아래 생산된 상품은 대형 식품공장으로 판매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시중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벼농사를 지으면 1마지기당 40만 원 수준이던 이익이 논콩 농사를 짓고 난 뒤 80만∼89만 원까지 뛰어올랐다. 군서농협은 농식품부가 개최하는 ‘국산 콩 우수 선발대회’에 참여해 지난해 대상을 비롯해 우수상 1회, 장려상 2회를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박현규 군서농협 조합장은 “논콩 농사 전환으로 벼농사에서 올리는 실소득 대비 2배의 수익을 낼 수 있게 해드리고 농협이 알아서 농사를 일괄 대행하니 농가의 호응도가 높다”며 “일괄 영농대행 시스템을 바탕으로 재배 면적을 100㏊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