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중앙지법 전경. 연합뉴스

"AI 트레이딩으로 매달 15% 수익·원금 보장" 투자자 모집…1년 4개월간 1203억 원 받아


인공지능(AI)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이용한 24시간 해외선물 투자로 월 15% 수익금을 보장하겠다며 1200억 원 규모 다단계·폰지 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팝콘소프트 경영진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 강두례)는 최근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 팝콘소프트 의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팝콘소프트의 안모 대표와 오모 회장에게는 각각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팝콘소프트는 2022년 3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설립됐지만 실제로는 서울·부산·대구 등에 세운 지사에서 수익률 보장을 약속하는 설명회를 여는 투자유치업체로 활동했다. 이들은 ‘의장’, ‘대표’, ‘회장’ 등 직책을 쓰면서 투자자 모집책 등을 관리하는 최상위 관리자를 맡았다.

이 의장 등은 "(이 의장이 개발한 AI 트레이딩봇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외 선물거래에 투자하면 매달 원금의 15% 수익을 보장하고 다른 투자자를 소개하면 수당도 지급한다"고 속이는 방식으로 2만9470회에 걸쳐 투자금을 받은 혐의(유사수신)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년 4개월간 송금받은 금액은 120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상위 투자자 300여 명으로부터 출자금 명목 총 117억 원을 받은 혐의(사기)도 받는다.

검찰과 경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팝콘소프트는 AI 프로그램의 수익률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선물거래 투자로 안정적 수익을 낸 적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신 다단계 방식으로 끌어모은 피해자들의 투자금으로 앞순위 투자자들의 수익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 과정에서 안 대표는 "투자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을 주변에 권했을 뿐 원금 보장을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고, 오 회장은 "팝콘소프트 운영에 관여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규모가 천문학적이고 일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일부에게 수당·수익금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한 것 외에는 피해 보상조치도 없었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한 안 대표와 오 회장에 대해 "사실상 범행을 주도했음에도 이 의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로 일관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 등 세 사람은 모두 항소했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