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2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에서 정부의 연금 지급 규정 개정에 반대하는 은퇴자 시위에 훌리건들이 대거 가세하며 경찰과 시위대 간 유혈 충돌이 빚어졌다. 해당 사진은 시위대에 의해 아르헨티나 경찰차가 불에 타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정부의 연금 지급 규정 개정에 반대하는 은퇴자 시위에 축구 팬이 대거 가세하면서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에서 경찰과 유혈충돌이 빚어졌다.

12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라나시온과 클라린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경찰은 의사당 앞 시위 과정에 경찰관을 때리거나 기물을 부순 혐의 등으로 최소 4명을 구속했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은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가 강력한 긴축 재정 드라이브를 걸며 은퇴자 연금 지급안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과정에 불만을 가져 시위에 대거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밀레이 정부는 노령층을 중심으로 연금 수급 조건을 까다롭게 변경하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위기에 놓인 이들이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시위에 아르헨티나 축구 훌리건(난동을 부리는 광팬)이 대거 동참하면서 격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에 일부 은퇴자들이 몇 주 전부터 일주일에 1~2차례 거리 행진과 피케팅으로 정부 연금 지급 개정안 반대를 외쳤는데, 당국이 이를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 노인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며칠 전부터 전국 단위 노조와 은퇴자들은 SNS를 통해 축구 팬들에게 지원을 호소했다.

실제 이날 각 팀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이 의사당 주변에 집결하며 긴장이 고조됐고, 급기야 경찰과 물리적 유혈 충돌이 빚어져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시설물을 부수거나 경찰차를 전복시킨 뒤 불을 지르는 등 격하게 항의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동원해 이들을 저지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파트리시아 불리치 치안 장관은 성명을 내고 "공공질서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엄격한 조처가 취해질 것"이라며 "차량 통행을 방해하며 거리를 마비시킨 이들을 모두 찾아 일벌백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12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에서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시위대가 밀레이 정부의 연금법 개정 반대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