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성신교린(誠信交隣)의 정신으로 새로운 60년을

이미지 크게보기 9일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열린 제10회 조선통신사 한일우정걷기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10회 조선통신사 서울-도쿄 한일 우정 걷기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9일 아침 9시 경복궁 흥례문에서 간단한 출정식을 가진 다음 흥겨운 풍물패의 선도를 받으며 이순신 장군 동상까지 행진했다.

도쿄까지 53일간 조선통신사의 옛 사행길 1158km를 걷는 여정이다. 부산까지는 21일, 그리고 배를 타고 쓰시마로 건너가 이키섬을 거쳐 하카타(博多)에 상륙한다. 여기서 대절 버스를 타고 3박 4일간 세토 내해 연안 도시들을 둘러본 후 오사카에 도착하면 이곳에서부터 도쿄까지 걸어가는 일정이다.

한국체육진흥회(회장 선상규)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조선통신사 파견 400주년이 되는 2007년, 우리 선조들의 성신교린(誠信交隣)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시작되어 이후 격년제로 실시되고 있다. 이번 10회 조선통신사 참가자는 양국 합쳐서 70명이다. 특이한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 측 참가자가 일본보다 많아졌다는 점이다.

2024년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앞질렀다. 오늘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국어 열풍도 거세다고 전해진다. 양국이 60년 전 국교를 재개했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흥례문에서 풍악대를 앞세우고 출발하는 단원들.

조선통신사는 조속히 조선과의 국교를 회복하려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강한 여망으로 시작되었다. 100년에 걸친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에도막부를 연 이에야스에게는 임진왜란에 대한 원죄가 없었다. 이에야스는 히데요시에 의해 영지에서 쫓겨나 황무지에 가까운 에도(지금의 도쿄) 일대에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느라 여념이 없었기에 히데요시의 조선출병을 거부할 수 있었다. 덕분에 다른 영주들과는 달리 자신의 병력과 자원을 온전히 보전했으며 히데요시의 후계자 히데요리를 중심으로 한 서군(西軍) 세력을 제압하고 일본을 통일했다.

조선으로서는 원수를 대신 갚아준 이에야스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포로의 송환 등과 함께 일본의 국정을 살필 필요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만주에서 한창 떠오르고 있었던 여진족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남쪽 일본과의 관계를 안정시킬 필요성도 절실했다. 이런 급박한 국제정세 속에서 임진왜란이 끝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은 1607년 철천지 원수의 나라인 일본에 외교사절단을 파견하게 된 것이다.

당시 조선통신사의 규모는 정부 대표인 정사 부사 종사관을 비롯해 보통 400-500명 대규모 외교사절이었다. 그리고 파견 기간은 바닷바람과 조수 그리고 일본 국내의 변화무쌍한 기후의 영향으로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걸렸다. 1811년까지 200여 년간 12차례 파견되었으며 양국 간에는 평화가 유지되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한남대교를 건너가는 단원들.

예년에는 27km를 걸어 청계산 정토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했는데 사찰 측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번에는 인근 호텔에서 첫 밤을 보냈다. 최고령 92세에서 최연소 55세의 다양한 연령층의 70명 단원이 숙식을 함께 하며 53일을 걸어가는 동안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나갈지 기대된다.

지난 60년 세월을 되돌아보며 향후 60년의 새로운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이다. 함께 걸으며 듣고 보고 느낀 생각의 편린들은 르포형식으로 문화일보에 틈틈이 기고하게 된다

제10회 조선통신사 단장 겸 정사 허남정(전 한일경제협회 전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