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보편 관세와 미국의 3% 물가에 이어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다. 상호 관세는 특정 상품에 상대국과 똑같은 수준으로 관세를 매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 1930년 제정돼 사실상 사문화된 관세법 338조까지 동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꺼낸 보편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국내 반발에 부딪히자 상호 관세를 국가 간 협상의 압박 수단으로 적극 동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직후 미·인도 정상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미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와 석유·가스를 더 수입해 무역 불균형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미 수출입 품목의 98%가 상호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결정 때 보조금 등 비관세장벽뿐 아니라 인위적인 환율 정책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한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가 세계 8위지만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인 660억 달러였다. 백악관이 “경쟁국인 중국은 물론 유럽·일본·한국 같은 동맹들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사전 경고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은 2017년 값싼 산업용 전기를 트집 잡아 한국산 철강과 변압기에 최대 60.81%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때렸으나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승소한 바 있다. 미국은 산업은행의 저리 대출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한미FTA 재협상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 취임의 어수선한 정국에서 협상 총력전을 펼쳐 2018년 3월 성공리에 타결했다. 당시 중국의 대미 보복 관세로 동맹국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는 타협안이 효과를 거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자동차·반도체에도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트집 잡힐 소지부터 최소화해야 한다. 7년 전처럼 국가 리더십이 표류하고 있지만, 그때처럼 국가적 역량을 모아 미리 대비해 이번 쓰나미도 잘 넘기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