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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의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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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이 무서웠어요.” 집 안의 물건을 부수고 엄마를 밀쳐서 다치게 할 뻔한 중학교 3학년 소년을 데리고 온 엄마가 한 말이다. 왜 그랬냐 묻자 “그냥 짜증이 나고 화가 났어요.” 소년의 얼굴 입술 위로 잔수염이 나기 시작하고, 변성기가 시작해서 톤이 살짝 낮다.

　“여전히 내게 폭 안기고 귀여운데 가끔 딴사람이 돼요. 다중인격장애인가요?” 2차 성징으로 사춘기 변화가 오고 1∼2년 후에 만나게 되는 문제였다. 호르몬 방출로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데 반해서 전전두엽 피질의 조절능력은 아직 발달 못 한 덕분이다.
　
데이비드 예거는 ‘어른의 영향력’에서 이 상태를 ‘신경생물학적 무능모델’이라고 말한다. 이들이 아직 미숙한 것을 발달의 결함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다. 미숙한 발달의 이슈로 보며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충동조절이 안 되니 흡연을 하면 안 된다는 광고 캠페인을 하는 것은 역효과만 있다. 도리어 담배를 피우면 어른이 되는 것 같은 지위를 경험하게 할 뿐이다. 청소년기에 먼저 봐야 하는 것은 동기유발의 우선순위인데, 가장 중요한 것이 ‘지위와 존중’이다. 집단에서 존중받고 이해받는 느낌이 들도록 하면 알아서 바람직한 행동을 한다. 흡연에 대해서도 치명적 중독에 빠지게 하는 기업에 맞서자고 용기를 북돋는 실천을 하자는 ‘진실’ 캠페인을 해보니 중학생의 흡연율이 19% 줄어들었다.
　
한편 청소년기는 학업, 친구 관계 등에서 스트레스에 민감한 시기다. 스트레스는 자신이 가진 자원과 주어진 요구 사이의 미스매치만큼 경험한다. 저자는 부모의 마인드셋을 3가지로 구별한다. 먼저 지속적으로 강한 요구를 하며 가진 자원을 끌어올리도록 이끄는 ‘강요자 마인드셋’으로, 전형적 타이거맘이다. 아이가 잘 따라가면 다행이지만 많은 경우 무리하다 뚝 부러지거나 저항하다가 엇나가 버린다. 다음은 아이의 자원에 맞춰 요구도를 확 낮춰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보호자 심경 셋’이다. 최근 많이 만나는 타입인데, 갈등을 회피할 수 있지만 아이는 그 자리에 머무르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세 번째, 목표치를 높게 하는 것은 유지하되, 아이의 모자라는 자원을 채워줄 수 있는 지원을 아낌없이 해서 그 요구를 달성할 수 있게 하는 ‘멘토 마인드셋’이다. 저자는 이것이 최선의 태도라 한다. 자신감이 생기고 스트레스를 위협이 아닌 도전으로 여기게 된다.
　
개념적으로 좋은 말이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미숙한 전두엽 발달과 넘치는 호르몬으로 좌충우돌하는 아이도 존재한다.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듯 적재적소에 자원을 지원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내가 알아서 할 게 가만히 둬’라고 말하며 방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아이를 그저 존중만 하면서 참으며 견딜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아이는 존중을 느끼고 문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이상적인 얘기가 듣기는 좋지만,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많은 부모는 지뢰밭을 통과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책은 시야를 넓혀주고 관점을 바꾸는 효과로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