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에 휘둘려 남용 가능성
쓰이는 세금에 비해 효용 낮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도입을 제안한 국민소환제가 정치적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직접 견제할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소환제의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정치 양극화가 심화한 현 정치 지형에 부합하는 제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4년까지 시도된 총 147건의 주민소환 가운데 실제 투표가 이뤄진 건 11건에 불과했다. 이 중 2007년 경기 하남시의원 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건만 주민소환에 성공했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 교육감에 한해 실시하고 있는데 세금으로 소환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면서도 효용성이 떨어져 사실상 ‘정치인 흠집 내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제안한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국민소환제가 시행되면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정치적 이유로 제도가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친명(친이재명)계 전진숙·박주민·이광희·최민희 민주당 의원 등은 국민소환제 도입 법률안을 줄지어 발의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이 찬탄(탄핵 찬성)파와 반탄(탄핵 반대)파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민소환제 처리를 밀어붙이면 제도가 남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국민소환제를 개헌이 아닌 입법으로 도입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의원을 파면할 방법이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국민소환제를 추가로 도입할 이유가 충분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형사사건에서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형 이상의 형을 확정받거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국회의원의 품위 손상 및 직무 태만이 발생하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제명할 수 있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