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I’ 정책 폐지 속도

美육사 한국계 생도클럽 폐쇄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사람의 여성 스포츠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대선 때부터 수차례 강조했던 공약으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지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공립 초·중·고교와 거의 모든 미국 대학에서 여성 운동 선수에 대한 공격이 사실상 종식될 것”이라며 “우리가 놓친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있다면 행정명령을 통해 신속히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급진 좌파는 생물학적 성의 개념 자체를 없애고, 전투적인 트랜스젠더 이데올로기로 대체하기 위해 전면적 캠페인을 벌여왔다”며 “이제 여성 스포츠에서 광기를 없애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거의 모든 분야에서 DEI 정책을 폐지하고 있는 상황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방부가 DEI 정책에 따라 성별, 인종, 민족의 다양성을 장려하던 지침을 철회함에 따라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내 한국계 생도 클럽도 문을 닫게 됐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웨스트포인트의 채드 포스터 부교장은 전날 서한을 통해 대통령 행정명령과 국방부 및 육군 지침에 따라 사관생도들이 참여하던 일부 클럽을 해산하라고 명령했다. 해산 대상은 ‘한미관계 세미나’ ‘일본 포럼 클럽’ ‘아시아태평양 포럼 클럽’ ‘베트남계 미국인 생도 협회’ ‘라틴 문화 클럽’ 등 12개로, 주로 소수 인종이나 학생 수가 많지 않은 출신 국가별 모임이었다. 한미관계 세미나에는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 생도들이 참여해왔다.

한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마크 포칸(민주·워싱턴) 하원의원은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같은 ‘특수직 공무원’이 연방정부 계약을 수주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른바 ‘일론 머스크 법안’을 발의했다. 특수직 공무원도 연방의회 의원이나 다른 연방정부 공무원처럼 연방정부 계약을 따내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의 법안으로, 정부 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머스크 CEO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