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비방으로 눈살…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 설치된 불법 현수막.

■ 1월 불법현수막 민원 1만5352건

정류장 주변 등 설치돼 시야 방해
강풍에 흔들려 차량 충돌 우려도

15일만 게시 가능한 정당현수막
기간 안지키고 설치방법도 위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후죽순 늘어난 정당의 불법 현수막들이 ‘길거리 공해’로 전락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민원 빅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불법 현수막’ 키워드가 포함된 민원은 지난 1월 1만5352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9% 증가했다.

6일 서울 도심 곳곳에선 현행 옥외광고물법을 지키지 않은 불법 현수막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법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은 15일 동안만 설치할 수 있으며 횡단보도·버스정류장 주변 5∼10m 구간에는 지면과 2.5m 이상 떨어진 위치에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는 지난 1일까지 게시할 수 있는 진보당의 현수막이 5일이 지난 이날 오전에도 철거되지 않고 있었다. 마포구 합정역 6번 출구 부근에 설치된 노동당의 현수막은 횡단보도와 불과 2걸음 떨어져 있었는데, 바닥에 끌릴 정도로 낮게 설치돼 있었다. 종로구 한 버스정류장 인근에 설치된 국민대통합당의 현수막 또한 마찬가지였다. 현수막이 강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바로 앞 도로를 지나는 차량과 부딪힐 뻔한 아슬아슬한 상황도 연출됐다. 택시기사 박모(60) 씨는 “현수막이 저렇게 휘날리면 시야를 방해해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선이 안 보일 수 있다”며 “법을 지켜야 할 정당이 불법 현수막으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재를 피하고자 ‘꼼수’를 부리는 현수막도 있었다. 행정안전부의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당·설치 업체의 연락처 등 정보는 일반인도 쉽게 볼 수 있는 위치에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합정역 7번 출구 앞에 설치된 내일로미래로당의 현수막은 파란 배경 위에 세로 크기 4㎝에 불과한 검은 글씨로 정당명과 연락처, 게시 기간 등이 적혀 있어 쉽게 알아보기 어려웠다.

이미지 크게보기도로안전 위협… 5일 종로구의 한 버스정류장 인근에 불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민들은 상대 당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현수막의 내용 또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김민재(35) 씨는 “중요한 메시지는 없고 오로지 상대 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악마화’하기 위한 내용이 많다”며 “정치에 대한 반감만 커졌다”고 말했다. 국회 앞을 지나던 이모(32) 씨도 “아이가 한글 간판을 자주 읽는데 ‘박살 내자’는 말부터 익히는 것이 우려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표시 기간이 지난 현수막은 ‘자진 철거’해야 하고, 표시 및 설치 방법을 위반한 정당 현수막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철거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지자체 관계자는 “최근 탄핵 정국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위한 정당 현수막이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정당이 먼저 불법 현수막을 철거해야 하는데 비협조적이거나 연락이 아예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철거가 늦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오는 7일까지 불법 현수막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글·사진= 노수빈·조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