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이곳서 ‘AI 천재’ 나왔다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저장대 즈진강 캠퍼스를 찾은 학생들이 도서관 앞에서 대학 탐방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저장대는 중국 5대 명문대 중 한 곳으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 생명과학 등 공학 분야에서의 뛰어난 성과를 자랑한다. 최근엔 딥시크의 창립자 량원펑이 졸업한 것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 中 AI개발 현장 가다 - (2) 항저우 저장대 캠퍼스

기계·전자·화학공학 강한 명문
연구기관 300개… 공부벌레 모여
도서관 춘제外 연중무휴 24시간
견학 온 고교생 “입학 목표 대학”

항저우=글·사진 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저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이곳에 입학하는 게 먼저지만요.(웃음)”

지난 4일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저장대 즈진강(紫金港) 캠퍼스를 찾은 고등학생 리(李) 양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은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마지막 날로, 대학 탐방을 온 이들로 가득했다. 어린 학생이 있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다수였고 대학 견학 프로그램 가이드를 따라 단체로 관광 온 학생들도 여럿 보였다.

중국 5대 명문대 중 하나인 저장대는 저장성 안팎에서 ‘공부 좀 한다 하는’ 학생들이 모두 모이는 유명 대학이다. 최근 딥시크(DeepSeek)의 창립자인 량원펑(梁文鋒)이 이곳 출신인 사실이 전해지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친구 두 명과 함께 대학 탐방을 하러 온 리 양도 “딥시크가 워낙 유명해져 창업자가 나온 대학은 어떤 곳일까 궁금해 찾아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저장대 학생들 역시 딥시크 열풍에 들뜬 분위기였다. 한국인 유학생 이모 씨는 “방학 기간 한국에 있었는데 딥시크가 화제가 되자 제가 저장대에 다닌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로부터 연락이 많이 왔다”고 했다.

저장대는 공학 명문 대학이다. 기계공학, 전자공학, 화학공학 등에서 강점을 보인다. 량원펑도 전자정보공학과를 나왔다. 특히 연구 실적에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2023년 11월~2024년 10월 과학·기술 분야 연구논문 성과 기준으로 본 네이처 대학 연구 성과 순위에서 저장대는 3위에 올라 각각 4위, 6위에 오른 베이징(北京)대와 칭화(淸華)대를 제쳤다.

이 같은 성과엔 정부와 대학의 풍부한 지원이 한몫했다. 저장대는 국립공학연구센터, 국립공학기술센터 등 300여 개의 연구기관을 소유하고 있으며 기업 및 산업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기업가를 배출한 대학 중 하나로 동문들의 지원도 탄탄하다.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를 비롯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고(故) 리정다오(李政道) 박사, 핀둬둬 창업자 황정(黃쟁) 등이 이 학교 졸업생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딸 시밍쩌(習明澤)도 이곳에서 공부했다.

이날 만난 공대생 천(陳) 군은 “우리 학교는 동문 자원이 강력하고 학교 분위기가 비교적 자유로워 학생들의 연구·개발을 잘 지원해준다”고 했다. 학생들의 자체 노력도 엄청난 수준이라고 학생들은 전했다. 도서관은 춘제를 제외하곤 연중무휴 24시간으로 운영되며, 시험기간이 아닌 때에도 항상 만석이어서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도서관에 자리를 못 잡은 학생들은 빈 강의실에 들어가 공부한다고 한다.

사실 챗GPT에 필적할 만한 인공지능(AI) 모델을 저비용으로 개발해 충격을 준 딥시크의 창립자가 저장대 출신이라는 점을 두고 일부는 더욱 놀라워했다. AI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 베이징대, 칭화대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딥시크에도 확인된 직원들 중 베이징대 출신이 21명으로 가장 많다. 하지만 저장대도 AI 교육에 일찍부터 공을 들여왔다. 지난 1981년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했으며 2019년 인공지능 학과를 개설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인공지능 혁신 실천센터를 설립하며 AI 혁신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에선 AI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이 집중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AI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튜링을 의미한 베이징대의 투링(圖靈)반, 튜링상을 받은 야오치즈(姚期智) 교수를 뜻하는 칭화대의 야오반이 그 예다. 수재 중 수재를 가려 모아 AI 인재로 키워낸다. 중국의 AI 굴기(굴起)는 인재 양성에서부터 시작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