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어 금융권·기업도‘차단’
“中관계 악화 우려 한시적 조치”

저비용 고성능으로 세계 인공지능(AI) 업계에 충격을 준 중국의 생성형 AI ‘딥시크(DeepSeek)’가 국내 규제당국의 개인정보보호 정책 관련 질의에 묵묵부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딥시크의 불투명한 개인정보보호 정책으로 인해 정부 부처, 금융기관 그리고 기업의 딥시크 접속 차단과 이용 자제 권고가 확산하고 있다.

6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딥시크 측은 지난달 31일 개인정보위가 보낸 개인정보보호 정책에 관한 질의서에 아직 답변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딥시크가 국내에 법인이나 대리인을 두고 있지 않아 중국 본사에 관련 질의서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딥시크가 늦게라도 규제 당국 질의에 답변할 경우 개인정보위는 답변 내용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조치가 가능하다. 국내 기준에 비춰 정보보호 대책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실태 점검에 나서거나, 처분 조치가 필요하면 조사에 착수하는 것이다. 특히 딥시크는 국내 법인이 없는 만큼 실태 점검이나 조사가 필요할 경우 서버가 있는 중국 현지 조사가 불가피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 당국이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자료를 통해 충분히 소명된다면 현지 실태 점검은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며 “오픈AI의 경우 굉장히 성실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별도의 현장조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딥시크의 불투명한 개인정보보호 정책으로 인해 외교부·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행정안전부 등 정부 내 민감한 외교·안보·통상·행정 사안을 다루는 부처에서는 외부망(인터넷망)에서 최근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다. 환경부·보건복지부·경찰청 등도 이날 접촉을 차단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역시 차단할 예정이다. 국세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등도 딥시크 등 생성형 AI 이용을 차단하거나 직원들에게 이용 자제를 권고했다.

개인정보에 민감한 금융권에서도 금융당국과 금융 공기업을 중심으로 딥시크 차단이 이뤄지고 있다. 산업·수출입·기업·우리은행 등이 업무용으로 딥시크를 차단한 상태다. 금융 공기업 관계자는 “딥시크의 경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외부망과 달리 내부망(업무망)에선 딥시크를 차단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카카오 등 일부 기업도 딥시크 활용을 금지했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 악화 우려 등으로 한시적 조치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부처 관계자는 “딥시크 차단은 보안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의 한시적인 조치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준희·구혁·박정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