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공항 ‘위탁 금지’ 안내문 국내외 항공기에서 휴대용 보조배터리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잇따르면서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 강화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3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위탁 금지물품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휴대전화 압착에 폭발사고 빈번
조사단, 오늘 항공기 위험 평가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의 화재 원인 중 하나로 보조배터리 폭발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5년 국내 비행기 내 14건의 배터리 사고가 발생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동조사단은 31일 사고 여객기의 항공유 위험 여부를 살핀 뒤 현장감식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국내 기내에서 발생한 배터리 화재 사고는 총 14건이다. 지난 2020년에 2건 발생한 뒤 한동안 사라졌던 사고는 2023년부터 매년 6건씩 발생할 정도로 급증했다.

대표적 사례는 휴대전화 압착이다. 2018년 8월 괌 상공을 비행하던 여객기에서 승객이 떨어뜨린 휴대전화가 좌석 사이에 압착되면서 연기가 났다. 승무원이 즉시 소화기 4대로 진화했지만 260여 명 승객은 괌에 대기해야 했다. 이처럼 충전 중 팔걸이나 등받이에 눌리면 대개 작은 불꽃과 연기가 발생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2021년 8월 미국 시애틀 비행기 사고처럼 큰 화재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당시 소방당국이 출동했고 승객 129명 등이 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용 한국교통안전공단 항공안전처장은 “배터리에 외부 힘이 가해지면 스스로 발열·발화를 반복하는 열 폭주 현상이 날 수 있다”며 “압착으로 인한 화재 위험은 없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내 안전 문제는 국제표준도 준수해야 하는 만큼 우선 인과 관계를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원인 규명에 나섰다. 사조위는 프랑스 사고조사당국(BEA)과 함께 이날 오전 사고기 위험관리평가를 실시한 뒤 현장감식 일정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사조위 관계자는 “사고기에 약 3만5900파운드 연료와 승객용 비상 산소 용기 등 위험물이 실려있어 폭발 등 2차 사고 위험이 있다”며 “평가 결과 연료 배출이 필요하지 않다면 즉시 감식을 진행하고 위험이 있다면 2~3일 감식을 연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 조사에선 무엇보다도 발화 지점을 밝히는 것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증언 등에 따르면 발화가 기내 수화물 보관함 내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추측일 뿐이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발화지점을 우선 밝혀야 안전기준 강화 여부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joo4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