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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이름에 ‘스탄’이 붙어 있는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우리와 한 핏줄인 이들이 살게 된 사연은 기구하기 짝이 없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농사지을 땅이 없는 이들, 탐관오리들의 수탈이나 일제의 탄압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이 두만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러시아 땅으로 건너간 이들은 연해주 등지에 집단으로 자리를 잡으며 공동체를 구성하였다. 러시아 정부도 이들을 인정하며 우호적으로 대했다.

그러나 공산주의 혁명 이후 일본과 대립하게 된 소련 정부는 이들이 일본의 스파이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급기야 이들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꺼렸던 스탈린 정부는 1937년에 이들을 수만 리 떨어진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땅에 내동댕이치게 된다. 사람, 땅, 물 등이 모두 낯선 곳이었지만 이들은 집단으로 거주하며 ‘고려인’ 공동체를 유지한다. 벼농사는 꿈도 꾸지 못할 땅이었지만 밥의 민족답게 땅을 일구고 물을 끌어들여 벼농사의 북방한계선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밥의 민족이라지만 이들이 사는 곳은 빵의 땅이니 이들도 자연스럽게 빵을 먹게 된다. 그런데 빵을 굽기 위해서는 밀가루 반죽을 부풀려야 한다. 공기 중의 효모균으로 발효를 시키기도 하지만 발효를 촉진하기 위한 이스트(yeast)도 접하게 된다. 그리고 낯선 이름을 대신할 그들만의 고유한 그 이름을 지어야 했다.

빵과 떡은 닮은 데가 있으니 ‘떡’을 먼저 떠올렸다. 그리고 발효는 결과적으로 시큼한 상태가 되니 그것에서 힌트를 얻어 이름을 지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떡쉬우미’, 곧 떡을 시큼하게 발효시키는 재료란 뜻이다. 어떻게든 우리말을 살려 모두가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말을 만들려고 노력한 결과이다.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생각하면 요즘의 우리는 너무도 안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고민할 것도 없이 외래어 또는 외국어를 쓰니 말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