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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능의 기원
맥스 베넷 지음│김성훈 옮김│더퀘스트

인공지능(AI)은 인간을 닮을까. 아니면 앞설까. 기대와 우려가 수십 년째 뒤섞여 나오고 있다. AI 산업계에서 첨단을 달리고 있는 저자는 그 전에 한 가지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AI와 비교하기에는 우리는 여전히 인간 지능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인간처럼 사고하는 AI’ 등의 유행 문구에 속지 말자. 인간 사고방식과 그 원리가 모두 규명된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말이다. 860억 개에 달하는 신경세포, 100조 개에 달한 신경 연결의 지도조차 아직은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의 뇌, 인간 지능이 비교적 단순했던 수억 년 이전부터 되돌아본다. 나아가 AI를 만든 현재까지를 탐구했고 그 연장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기업인 시각에서의 통찰이 돋보인다. 2002년 출시된 로봇 청소기의 ‘지능’은 단순했다. 벽에 부딪히지 않고, 충전기에서 너무 멀어지지 않는 선에서 위치를 감지하고 움직이는 수준이었다. 방향도 앞뒤로 두 가지뿐이었다. 이는 5억5000만 년 전쯤에 살았던 ‘좌우대칭동물’과 닮았다. 방향을 잡고 움직일 수 있는 최초 동물이었고, 무엇보다 뇌가 있는 동물은 모두 좌우대칭동물의 후손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로봇에게 ‘최초의 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지능이 있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책은 뇌의 혁신을 5단계로 구분한다. 로봇 청소기와 비슷한 좌우대칭동물은 1단계 ‘조종’(Steering)이었다. 그리고 척추가 생기고 패턴에 대한 인식이 시작됐던 약 5억 년 전 ‘강화’(Reinforcing) 단계로 나아갔다. 3단계 ‘시뮬레이션’(Simulating)부터는 상상력이 발동됐다. 그 이후 지금으로부터 1000만∼3000만 년 전 사이에는 관찰과 모방 능력이 발현된 ‘정신화’(Mentalizing) 단계를 밟았다. 우리는 5단계, ‘언어’를 다루며 추론 능력까지 갖췄다.

저자는 단계마다 특징을 뽑아내고 그에 부합하는 기술 발전의 사례를 짚는다. 이론가나 학자가 아니라 기업인 시각에서, 인간 지능을 제대로 알아야 AI 미래도 알 수 있다는 결론을 내는 과정이 흥미롭다. 6단계는 AI와 인간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구체적 모습은 그려내지 않았지만, 인간의 형상은 유지하되 기존의 생물학적 한계는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업계 상황을 보며 AI보다 인간의 뇌부터 들여다봐야겠다고 결심하고 휴직까지 했던 저자의 경험담도 담겨 있다. 536쪽, 3만3000원.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